탁란(托卵) 1.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광장 맞은편, 프란시스 호텔 2층의 클록 바로 들어섰다. 금빛 커튼이 드리운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현아를 금방 알아보았다. 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활짝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내민다. ― 오랜만이야. 얼마 만이지? 반가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들떠 있다. 현아를 가볍게 안고 등을 토닥였다. ― 칠 년 좀 넘었나 봐…. ― 벌써? 세월 참 빠르네. 샌프란시스코엔 언제 왔어? ― 어제. 발그레 달아오른 현아에게서 하얀 이가 드러나 보였다. 현아는 벌써 보드카 마티니로 두 잔째란다. 내 것으로 피나콜라다를 주문했다. ― 어떻게 지내? 사는 게 재미있어? 현아가 밝은 목소리로 묻는다. ― 바빠. 맨날…. ―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해? ― 일주일에 칠일…. ― 주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