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종 할로인
할로윈 그 얼마나 멋진 밤의 축제였더냐.
지난 날 할로윈은 어린이들의 가장 고대하던 신나는 축제의 밤이었다.
세상이 디지털화되기 전,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할로윈을 손꼽아
기다렸다. 불과 삼사십 년 전까지만 해도 밤에 아이들이 밖에 나가 돌아다녀도 괜찮았었다.
할로인 데이,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아이들은 축제를 위해 장만해 놓았던 옷으로 갈아입고
출정을 서두른다. 귀신같은 옷, 해골이 그려진 옷, 박쥐와 거미줄이 뒤섞인 그림으로 장식한 옷을 입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트릭 오아 트리트(trick or treat)를 외쳤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연 집 주인은 나타난 꼬마 귀신에 겁먹고 덜덜 떠는 표정을 지으며
초콜릿을 한 주먹 주면서 귀신을 달래 보낸다.
아빠의 손을 잡고 동네 집들을 들르는 너덧 살 먹은 아이는 자신이 입은 귀신 복장에
어른들이 무서워서 초콜릿을 주는 줄 알고 한층 신이나 한다.
들고 다니는 바스켓에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 차면 집에 돌아와서 쏟아놓고 또 나간다.
그때는 초콜릿을 먹어도 살이 찐다거나 당뇨에 걸린다는 걸 몰랐는지 아니면
알려지지 않았는지 하여간 단것들을 실컷 먹었다. 그보다 늘 들고 다니면서 식후에는
단 것으로 입가심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가면서 부모보다 친구를 더 좋아했다.
친구들끼리 모여 쑥덕거리고 나서 자기들끼리 몰려다닌다.
커스텀 옷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옷으로 차려입고 먼 동네까지 원정가서 초콜릿 사냥을
해 온다. 고등학생쯤 되면 할로윈 축제가 단순히 할로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이스 헌팅,
걸스 헌팅으로 발전한다. 밤늦도록 돌아다니면서 밤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맛본다.
언제부터였더라? 초콜릿에 면도칼을 숨겨 넣었다는 뉴스가 들려오더니, 독극물이 들었다는
끔찍한 소문이 퍼져나갔다. 아이들 초콜릿 사냥도 마음대로 내보내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웃이 초콜릿을 주겠다고 해도 받지 않으려는 풍습이 나타났다.
드디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할로윈을 맞게 되었다.
트릭 오아 트릭을 나가지도 말고 초콜릿을 받아오지도 말란다.
정히 나갈 생각이면 비대면으로 초콜릿을 받아오라니 무슨 할로윈이 이러냐.
예년 같았으면 할로인 저녁이면 초콜릿을 준비해 놓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불티나게
초인종 울린다.
초인종 소리에 연상 문을 열고 초콜릿을 건네주곤 했다.
문 열고 내주는 것도 귀찮아서 초콜릿을 큰 바구니에 잔뜩 담아 문 앞에 내다놓고
마음껏 집어가라고 내버려 둔다.
보통 아이들은 두세 개 자기 몫만큼만 집어가기 마련이다.
신뢰와 감동 그리고 아름다운 인정이 흐르던 축제는 조금씩 나뿐 축제로 변해가더니
드디어 그것도 그만두라는 하늘의 명령, 코로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세상이 잘 돌아가는 건지, 아닌지, 지금을 사는 우리는 모른다.
어느 날 무엇이 잘못 되었고, 무엇 때문에 잘못 되어 갔는지, 알게 되는 날이 오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