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경기는 내 편이 있어야

샌프란시스코 메아리 2021. 6. 29. 03:55

오클랜드 여성 시장 리비 샤프와 샌프란시스코 여성 시장 런던 브리드가 시구 후에 기념 촬영

스포츠 경기는 내 편이 있어야 재미있다.

올림픽이 재미있는 이유는 국가 간에 벌어지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내 편, 네 편이 정해져 있다.

내 편이 있는 게임에서는 당연히 내 편에 서서 경기 전반을 바라본다.

심판의 판정도 내 편에게 유리하게 내리면 심판 잘 보는 거고, 내 편에게 불리한 심판을

내리면 심판 잘 못 보는 거로 치부한다.

그러나 아무리 세계적으로 훌륭한 시합이라고 해도 내 편이 없으면 시시하다.

하지만 두 팀이 모두 내 편이라면 어느 편을 응원해야 하나?

 

한국에서 국제 경기를 보면 내 편인 한국을 응원하는 건 당연지사다.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한국과 미국이 맞붙으면 한국을 응원한다.

미국과 프랑스가 맞붙으면 미국을 응원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여자 축구 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일본을

응원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한국과 일본이 아옹다옹하는 와중에도 말이다.

일본 선수들이 같은 동양인이어서 그런지, 체격이 미국 선수들에 비해서 현저하게 작아서

그런지, 선수들이 예의 바르게 행동해서 그런지 아무튼 일본을 응원하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마음이 미국을 응원하게 되는 경험도 해 보았다.

이것은 이념이 달라서 그랬던 모양이다.

내 편이냐 아니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LA에 사는 친구가 LA 다저스와 시카고 커브스의 경기를 관람하느라고 다저스 야구 구장에

가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친구는 시카고에서 세탁소를 하다가 은퇴하고 LA로 옮겨간 친구다.

지금은 LA에 살면서도 시카고 커브스를 응원한다.

한번 내 편이라고 정해지면 죽어도 내 편인 것이다.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베이 브리지 시리즈를 열면서 팬들을

입장시켰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팬들은 오클랜드 A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로 몰려들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리비 샤프 오클랜드 시장은 큰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시구를 두 시장이 동시에 던졌다.

야구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4월에 처음 문을 열었지만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바람에 안전 요건을 갖추면서 관중 입장이 전면 허용되었다.

금요일 밤, 입장 인원이 4만 명에 이르렀다.

 

그제, 어제, 오늘 연 삼일 동안 베이 브리지 시리즈가 벌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클랜드 에이스의 야구 경기를 두고 베이 브리지 시리즈라고

부른다. 베이 브리지를 사이에 두고 양 도시가 대결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두 팀이 모두 내 편이어서 나는 어느 편을 응원해야 할지 난감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심정이다.

오죽하면 야구 모자에다가 자이언트 로고와 에이스 로고를 둘 다 붙인 모자를 쓰고 다닐까.

 

첫날 시구 역시 샌프란시스코 시장 런던 브리드와 오클랜드 시장 리비 샤프 둘이서

나란히 동시에 던졌다. 이색적인 광경이었다.

두 팀 모두 미국 프로 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팀이어서 자이언트는 네이셔널 리그에서

1위를 기록 중이며 에이스는 아메리칸 리그에서 2위를 달리는 팀이다.

그제는 자이언트가 이겼고, 어젯밤에는 7회에 에이스가 2점 홈런을 치는 바람에 4:2

앞서가고 있었다. 10시나 됐으니 나는 에이스가 이기는 걸로 단정하고 중계방송을

꺼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결말을 보았더니 13회 연장전까지 가면서 5:6 샌프란시스코가 승리했단다.

에이스가 다 이긴 줄 알았는데 뒤바뀌고 말았다.

오늘은 오후 1시부터 마지막 게임에 돌입한다.

에이스 코치가 타격수들의 순서를 바꿔놓았다. 잘 못 치는 선수들을 앞에다 포진 시켰다.

그래서 그랬는지 에이스가 6:2로 자이언트를 물리쳤다.

 

한여름 운동 경기로 볼거리가 많아 지루한 줄 모르겠다.

유럽 축구 챔피언십, 코파 아메리카 축구 챔피언십,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LPGA

여자 골프 경기, 그리고 매일 벌어지는 자이언트, 에이스 야구 경기, 볼 게 많아서

긴 여름날 하루해가 지루하지 않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