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국인인 나도 한국인을 모르겠다

샌프란시스코 메아리 2021. 7. 31. 17:00

매일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뭐 별것인가 하고 들여다보면 별것도 아닌 것이 “Emergency Alert Extreme“하고

휴대폰 중앙에 떡하니 뜨면서 경고음을 시끄럽게 울려댄다.

 

<고양시청> 27()

일일 확진자 21(덕양구 7, 일산동구 5, 일산서구 7, 타지역 거주 고양시민 확진 2.

 

이런가 하면

 

<행정안전부> 무더위 시간(14~17)에는 야외활동 자제, 15~20분 간격으로 물 마시기,

야외활동 시 충분한 휴식 취하기 등으로 폭염에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행정안전부> 무더위 시간대 외출 및 야외작업(논밭, 건설 현장 등) 자제, 챙 넓은 모자

또는 양산 쓰기, 물 마시기 등 폭염 안전 관리에 유의 바랍니다.

 

이런 것도 뜨고

 

<중대본> 7.18 ~ 7.22 서울 중구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 근처 잘루스(Zaluus) 몽골 식당

방문자는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전화 120. 1339.

 

<고양시청> 2714:00

7.25() 15.00~22.00 약속당구 클럽(덕양구 화신로 272번 길 48. 6)

방문자는 가까운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중대본> 7.14~7.25 서울 용산구 청파동 275. 지하 1층 히든 싱어 7080 라이브 카페

방문자는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중대본> 7.16~26 서울 마포구 사보타지(와우산로 63) 에스(싱크홀, 잔다리로 23) 음식점

방문자는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받으십시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휴대폰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이런 문자가 뜬다.

무슨 위급상황인가 하고 보았다가 곧 실망하기도 한다.

중대한 경고 같기도 하고 쓸데없는 문자 같기도 하다.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났다 하면 쫓아다니면서 콩나물시루에서 상한 콩나물을

속가 내듯 뽑아내는 방식이다.

생각해 보면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보살피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서도 휴대폰 경고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일 때 한번 울린다.

위급한 상황이라는 건 그리 많은 게 아니다. 정말 몇 달에 한 번 정도 울린다.

 

엊그제는 이런 경고음도 울렸다.

 

<행정안전부>

폭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상 상황 수시 확인. 무더위 시간대 외출 및 야외작업 자제.

부모님 안부 전화 드리기 등 안전 관리에 유의 바랍니다.

 

이런 사적인 일들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들인데 국가가 일일이 가르쳐주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말 잘 듣는 국민이니까 경고음이 울리고 하라고 시키면 모두 잘 따라 할

것이다. 코로나 백신 없이도 잘 버텨나가는 저력은 국민이 국가 방역 정책에 열성적으로

협조하기 때문이리라.

한국인은 맨 날 당파싸움을 하다가도 위기의식이 발동하면 뭉치는 데에는 못 당한다.

언뜻 보면 요절이 날 것처럼 싸우다가도 하룻밤만 자고 나면 언제 싸웠더냐는 식으로

희희낙락이다.

나도 한국인이지만, 나도 한국인을 모르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