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장욱진 '까치를 잘 그리는 사람'

샌프란시스코 메아리 2021. 2. 6. 05:37

 

우리 집 다이닝 룸에는 프린팅이지만 장욱진의 그림이 세장 걸려 있다.

어느 전시장에서 사 온 그림인데 어디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 전에 걸어놓은 그림인데 지금 보아도 좋다.

맨 왼쪽 <자동차 있는 풍경> Oil on Canvas 호암 미술관 소장

중간 <까치> Oil on Canvas 호암 미술관 소장

오른쪽 <나무> Oil on Canvas 호암 미술관 소장

 

장욱진(1918~1990) 화백은 흔히 천진난만한 동심의 작가또는 향토성과 독창성 짙은

한국적인 작가라고 하지만, 엄격한 작가 정신에 의해 높은 회화성을 지닌 작품을 제작하여

생전에 이미 미술계에서 보기 드문 대가로 평가받았다.

그림이 회화성을 지니려면 30호 이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대부분 그의 작품은 작은 크기의 그림인 것이

특징이다.

생전에 7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국내외 여러 전시회에 출품했다.

69살 되던 해인 1986년 중앙일보사의 예술 대상을 수상했다.

1976년 산문집 강가의 아틀리에’, 1979년 대표작을 모은 개인화집 장욱진을 출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1991년 제자들이 펴낸 추모문집 장욱진이야기’, 1992년 뉴욕에서

영문으로 ‘Golden Ark: The Painting and Thoughts of Ucchin Chang'

1993년 서울대 김형국 교수의 평전 그 사람 장욱진이 출판되었다.

 

<사람이 한 사람의 작가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바로 영혼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임어당.

여기서 작가란 글 쓰는 작가를 말하기도 하지만 그림 그리는 작가도 포함된다.

생략의 귀재 장욱진 화백을 만나러 갔던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5년이 지났다.

만났다니까 화백을 직접 만난 게 아니라 화백의 영혼을 만나러 갔었다.

장욱진 화백의 미술관이 양주에 연다는 소식을 듣고 벼르고 있었는데

드디어 양주시 권율 장군 묘역 옆에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었다.

개관한 지 일 년도 안 된 장욱진 미술관에서 선물이란 특별전을 열었다.

현대식 건물 장욱진 미술관이 아늑한 산골짜기 장흥 공원에 자리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날씨 쌀쌀한 일월 어느 일요일인데도 사람들이 곧 많이 찾아왔다.

아직 차 마실 카페마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그런대로 깨끗하고 난방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한적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

시내버스를 이용해서도 들를 수 있는 서울과 인접한 곳이어서 연인들이나 가족 단위로

한나절 나들이에 적합한 장소였다.

 

전시회의 주제가 <장욱진의 그림 편지 선물’>이다.

살아생전 그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며 그림 등 소품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특별전이었다.

유화 20, 매직 화 50, 먹그림 13점 등 백여 점에 달했다.

생략의 달인인 화백의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면 장욱진이란 화가에 대해서 한결 친근감이

느껴진다.

전시실에는 화가의 진솔한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사진을 보면 그의 꾸밈없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텁텁하면서도 순진한 웃음에 세상 물정 모르고 오로지 그림만 사랑하는 모습이 고대로

묻어있다.

아무리 나이 든 사람일지라도 천진하기가 어린 애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장 화백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그림밖에 모르는 바보입니다라고 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다 보면 그 일과 사랑에 빠져서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그 일에만 미쳐나는 경우가 있는데 장 화백이 그런 사람처럼 보였다.

사랑에 빠졌다고 거창하고 귀한 것이 아니라 늘 보는 일상적인 작은 것들, 까치, 나무,

, , , , 사람 뭐 이런 것들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의 그림이 소박하면서 단순한 까닭은 그의 인간미가 소박하고 단순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무 위의 아이> Oil on Canvas 호암 미술관 소장

 

<새와 나무> Oil on Canvas 호암 미술관 소장

 

<---> Oil on Canvas 호암 미술관 소장

 

장욱진 그는 유별난 화가이다.

서울대학교 교수, 국립박물관장 자리를 걷어차고 평생 그림만 그리다가 간 사람이다.

장욱진 그 사람이란 책에 그렇게 쓰여 있다.

나의 손주가 3, 5살이다. 아이들은 보아온 게 없어서 누적된 기억이 없다.

상상이 자유롭다. 순수하다. 즐겁고 행복하다. 생각나는 대로 그린다.

늙은 우리는 손자의 그림이 좋아서 벽에 붙여놓고 즐긴다.

장욱진 화백의 그림이 그렇다. 아이의 그림처럼 순수하고 행복하다.

장욱진 화백이 그랬다.

자신은 까치를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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