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창문을 통해 텃밭을 내다보면 흐뭇하다. 더디기는 해도 가지가 달렸다. 오이도 여러 개 따 먹었는데 앞으로도 따 먹을 만한 오이가 줄줄이 차례를 기다린다. 어제 호박 세 개를 따냈다. 내일 두 개 따면 그다음엔 뜸할 것이다. 토마토도 달렸다. 방울토마토가 아직은 파랗지만, 곧 많이 달렸다. 나는 호박, 오이, 가지, 토마토를 따면서 내 자신 야박하다는 마음이 든다. 각각 식물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종자를 많이 번식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여 겨우 익어갈 만하면 내가 싹둑 따버리니 헛수고만 한 게 된다. 다시 새롭게 시작해서 열심히 종자 만들기에 전념한다. 열매를 따면서도 미안한 이유이다. 그런가 하면 식물이라고 해서 바보가 아니다. 내 딴에는 매일 들춰보고 어디에 딸만 한 과실이 있는지 눈여겨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