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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2019

4 LA에서 사는 막내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막내는 UCLA 간호학과 교수다. 다짜고짜 남편 이야기부터 털어놓았다. ― 어? 그거 큰일 났네. 코로나바이러스가 고령에는 치명적인데……. 우선 방을 따로 쓰고 언니는 마스크를 써야 해. 동생은 나를 걱정해서 감염되면 안 된다는 주의부터 주었다. 남편의 증세를 설명해 주고 증상이 이런데도 병원에서 입원시켜 주지 않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물어보았다. ― 병원마다 입원 병동이 부족해서 그래. 산소 호흡기며 장비도 없고, 의료진도 달리고, 지금은 병원마다 다 그래. 그래서 코로나19 환자를 가능하면 집에 머물게 하는 거야. 집에서 버티다가 나면 다행이고, 죽기 전에 입원시키기도 바쁘다니까? 나는 동생의 말을 듣고 ‘뭐..

소설 창작 2022.09.06

텃밭이 주는 행복

내가 알아서 잘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가 해 본 건데 올해 오이를 심은 건 잘한 일이다. 오이는 간단해서 심어놓고 물만 주면 된다. 넝쿨이 올라가는 방향을 잘 잡아주면 땅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맨땅도 아닌 커다란 화분에다가 심었다. 내가 오이를 잘 심었다고 하는 까닭은 오이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야 장 보러 다니지 않으니까 오이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잘 모르지만, 주부들이나 신문보도를 보면 많이 올랐단다. 오이를 길러보니 쑥쑥 잘 자라는 게 오이 넝쿨이다. 물만 주는데도 하룻밤 자고 나면 한 뼘도 넘게 자라났다. 오이가 싹이 나서 자라고 오이가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두 달이다. 두 달 자라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한 넝쿨이 네다섯 오이를 매달고는 그만..

미국 2022.09.03

코로나 사태가 몰고 온 희귀한 일들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이 2022년 들어서 전무한 상태다. 그 까닭은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 사태가 원인이겠으나 그 기간 동안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 철조망 설치와 단속이 원인이다. 북에서는 압록강과 두만강 변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 쪽 국경은 이미 철조망이 완료 됐고 경비가 살벌하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주민의 탈북으로 코로나19 유입이 두려워서가 더 큰 원인이다. 양국에서 단속이 살벌하자 부로커들의 활동이 중지되다시피 했다. 지금처럼 험악한 분위기에서는 부로커들도 작은 액수 가지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적어도 탈북시켜주는 경비로 억대를 지불하겠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꿈적도 안 한다. 억대를 주겠다면 그때는 방법이 있단다. 탈주시킬 사람을 신분세탁해서 중국인으로 공민증을 받아내는 것..

한국 2022.09.01

코로나 팬데믹 2019

3 따스한 봄볕이 듬뿍 내리쬐는 뒷마당 텃밭에서 남편은 흙을 주무르며 좋아했다. 묵은 뿌리를 걷어내고 굳은 흙을 뒤집었다. 닭똥을 세 포대나 사다가 섞었다. 작년에 심었던 채소는 올해도 똑같이 심었지만, 심을 때마다 새롭다. 채소 기르는 게 취미인 남편은 유기농을 먹는다는 자부심도 강했다. 가지는 모종을 사다 심고, 호박, 상추, 시금치는 씨를 뿌렸다. 텃밭이 보기에 가지런한 게 제법 그럴듯하다. 남편은 뭘 해도 솜씨 나게 꾸미는 데는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남편이 뒷마당에 서 있으니 평화와 질서까지 돌아온 것처럼 사람 사는 집 같다. 보름째 되는 날이었다. 남편은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고 기운이 없어서 일어날 수 없단다. 나는 글 쓰던 게 남아 있어서 서재에서 따로 잤..

소설 창작 2022.08.30

예쁜 김 여사

영부인 없는 대통령 시대가 열린 지 수 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영부인은 자유로운 세상에 나타나지 못한다. 알게 모르게 숨어서 지낸다. 떳떳하지 못해서이다. 무엇이 그녀를 떳떳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드는가? 학력 부풀리기, 학위 논문 표절, 기자와의 녹취록 공개 등 여러 잡다한 문제들이 그녀의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은 미디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 다 잊어버리고 다음 흥미 거리로 옮겨갈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남편의 성향에 따라서 부인은 남편 따라가기 마련이다. 남편이 좋아하면 그렇게 하고 남편이 싫어하면 안 하는 방향으로 간다. 김 여사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거로 봐서 부인이 남편을..

한국 2022.08.27

연재 소설 '코로나 팬데믹 2019'

제임스가 세인트 프랜시스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한다는 이야기는 언니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같이 사는 여자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서 간호사라고 했다. 흑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흑인보다 피부가 더 까맣고 반들거렸다. 피부가 까맣다 보니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앞니가 희다 못해 푸른 기가 돌았다. 언니는 같이 사는 여자가 여자친구라고 했는데, 제임스에게 직접 들어보면 결혼 신고까지 한 와이프란다. 제임스는 아이 때부터 엉뚱한 짓을 잘했다. 엉뚱하면서도 약삭빠르기로는 꿩의 병아리다. 엉뚱한 건 언니가 더했다. 언니는 어려서부터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라고나 할까? 하여간에 못돼먹었다. “못돼먹었다.”라는 말은 엄마가 늘 하던 말이다. 자기 옷은 손도 못 대게 하면서 내 옷은 자기 옷처럼 입고 ..

소설 창작 2022.08.25

연재 소설 '코로나 바이러스 2019'

멀리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를 내려다본다. 이륙 활주로 세 곳과 착륙 활주로 두 선이 쉴 틈 없이 바쁘다. 2~3분에 한 대씩 차고 오른다. 아니, 두 대가 동시에 날아오른다. 각도를 달리한 착륙 활주로에 줄줄이 내려앉는 거대한 동체가 깃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서울발 대한항공 비행기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이국에서 대한항공을 보면 내 가족을 만난 듯 반갑다. 하늘색 기체가 착륙하는 내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한항공이 곧 고국이고, 고국은 언제나 그리운 노스탤지어다. 가고 또 가도 그립기만 한 곳…. 비행장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진 공원 주차장에서 대한항공을 기다렸다. 차에 앉아 앞 유리를 통해 착륙 활주로에 다가서는 비행기를 하나하나 주시했다. 그토록 그리던 남편은 K..

소설 창작 2022.08.23

천국 같은 한국 3

친구의 딸이 미국 백인 교사와 결혼해서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살았다. 지난해 한국에 영어교사로 가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제주도로 간지, 1년이 좀 못 된다. 미국인의 제주도에서 삶은 어떨까? 직접 들어보진 못했지만 이미 한국 대구에서 교사로 재직중인 미국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친구 딸 내외의 한국 삶도 대동소이하리라 크리시 드라이버라는 미국인은 지난 2013년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대구로 이주했다. 영어 강사로서 당초 1년 거주를 예정하고 왔지만, 현재 체류 기간은 9년을 넘어섰다. 그는 “나는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대구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 됐다”면서 “이곳에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진 것은 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대구의 삶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을 선호하게 된 이유 중에서 한국..

한국 2022.08.20

개솔린 사격은 왜 오르락내리락할까?

76 개스 스테이션 개솔린 가격포를 고치고 있다. 물가 중에서 가장 민감하고 개인 생활에 영향력을 끼치는 개솔린 가격을 누가 왜 올렸다 내렸다 하는가. 개솔린 가격이 다른 물가처럼, 예를 들면 농산물이라든가 가공제품처럼 수요가 많으면 올라가고 수요가 없으면 내려가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오랜동안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TV에서 토론하는 걸 듣다 보니 개솔린 가격은 다른 제품과는 달리 누군가 가격을 조종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세계에는 석유 메이저 회사가 5개 있는데 그중의 4개 회사는 미국에 있고 하나는 영국 회사다.(Chevron, ExxonMobil, Shell, ConocoPhillips, BP) 이 5개 석유 회사가 개솔린 가격을 좌지우지한다.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이고 미국을 움직이는 힘은 ..

미국 2022.08.18

천국 같은 한국 시리즈 2

근래에 탈북해서 한국에 정착한 사람이 3만 6천 명인데 그중의 80%가 여자다. 탈북한 여성 중에서 조금 반반하게 생겼고, 말 잘하고, 연예인 기질이 있는 여자들은 모두 유튜브를 운영하는 모양이다. 탈북인들의 유튜브가 엄청 많다. 탈북 여성들의 유튜브도 흐름이라는 게 있어서 한때는 너나없이 탈북하던 과정에서 고생한 이야기로 일괄하더니 요즈음은 북한과 남한을 비교하면 남한은 천국이라는 레파토리를 주제로 말한다. 북한 여자들이 유튜브에 출연해서 말하기를 북한은 지옥이고 남한은 천국이란다. 한두 명이 그렇게 말하면 그럴 리가 있나 하겠으나 출연자는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남한이 천국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02년도에 내가 실제로 북한을 2주간 여행해 봐서 대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

한국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