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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알고 싶다

‘소년은 알고 싶다’ 심사평 소설가 전경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훌륭한 작품을 보내주셨다. 절묘한 묘사가 눈에 띄는 우수한 작품들이 많아 작품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제출된 작품 중에서 소설의 본질에 충실하고 완성도가 높은 장편 소설 ‘소년은 알고 싶다’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소년은 알고 싶다’는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의 아픔을 담담하게 승화시켜 소설화한 작품이다. ‘한 인간의 삶 속엔 역사가 녹아있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나’는 한국전쟁 후 미국에 이민하여 큰 성공을 거두지만 평생 어머니를 그리며 잠을 못 이룬다. 그러나 성공한 미국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주인공은 평생 그를 버리고 가출한 어머니의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비밀을 알고 난 순간 그것..

문학 2022.06.30

넝쿨손의 비밀

넝쿨손은 가지나 잎에서 실같이 벋어나가 다른 물체에 감기기도 하고 땅바닥으로 퍼지기도 하여 줄기를 지탱하게 하는 가는 덩굴이다. 나는 넝쿨 식물을 관찰하면서 한 가지 신비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넝쿨손이 있는 식물은 여러 가지이겠으나 그중에서 호박이 대표 주자다. 무겁고 듬직한 열매를 매달고 있으려면 넝쿨손도 든든해야 한다. 호박은 마디에서 넝쿨손은 뻗어내는데 넝쿨손은 반드시 세 가닥으로 나온다. 가장 긴 넝쿨손이 어른 손 한 뼘보다 조금 더 길게 뻗고 두 번째 넝쿨손은 그 보자 조금 짧다. 세 번째 넝쿨손이 가장 짧다. 가장 긴 넝쿨손이 길게 뻗어나와 사물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허공을 휘졌는다. 휘졌다가 어떤 물체가 잡히면 여지없이 휘감아 단단하게 묶어놓는다. 그리고 줄기가 흔들리지 않게 붙들면서 여유..

문학 2022.06.28

막내딸은 아이가 셋이다

막내딸은 아이가 셋이다. 딸 둘에 아들이 하나인데 6살, 4살, 2살이다 딸 둘을 낳았기에 이제 그만 낳나보다 했더니 덜컹 아들을 낳았다. 요새 세상에 아이 셋 낳는 집도 그리 흔치 않다. 하나나 둘 정도인데 막내딸은 셋이나 낳다니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하긴 나도 셋이나 길렀으니…… 막내딸은 고만고만한 아이가 셋이나 되는 주제에 냉장고도 없이 산다. 지금 같은 세상에 냉장고 없이 어떻게 사느냐 하겠지만 내 딸은 그렇게 산다. 몇 해 전에 부자 동네에 새집을 사서 이사 가면서 냉장고도 새것으로 들여놓았다. 삼성이나 LG로 사라고 했는데도 고집을 부리고 미국산 웨스팅하우스를 사더니 2년 만에 고장이 났다. 수리하는 사람을 불렀는데 부품을 주문해야 한단다. 2달인가를 기다려서 부품이 왔는데..

사랑 2022.06.25

호박꽃 사랑

나는 아침밥을 먹을 때면 창가에 앉아서 뒤뜰을 내다본다. 뒤뜰에 가지, 호박, 오이, 토마토를 심어놓고 작은 싹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 호박과 오이는 씨를 뿌려 싹을 틔웠고 가지와 토마토는 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행복을 느끼겠지만 그중에서도 어린것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이 가장 보람되고 흐뭇하다. 한해살이 식물을 심어놓고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할 진데 하물며 금쪽같은 내 자식을 기를 때의 그 행복은 말해 무엇하랴. 오늘도 어김없이 밥 한술 뜨고 창밖을 내다보고를 반복하면서 하루를 연다. 나는 고된 일을 마다하는 농부들을 볼 때마다 인생 참으로 고달프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텃밭에 채소를 기르며 어린싹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

미국 2022.06.23

'준틴트' 미국 연반 공휴일

준틴트는 (Juneteenth "June 19th"의 약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노예의 해방을 기념하는 미국의 연방 공휴일이다. 1865년 6월 19일 텍사스 주 갤버스턴에 연방군이 도착하여 주를 장악하고 노예를 해방시킨 날을 기념하는 데서 유래한 공휴일이다. 고든 그레인저(Gordon Granger) 연방군 총사령관이 텍사스의 노예들에게 자유를 선포한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내가 미국에 오래고록 살면서 알지 못했던 공휴일이 생겨난 것이다. 생판 없었던 것은 아니고 흑인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조용히 자축해 오던 것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에 정식 연방 공휴일로 서명함으로서 금년부터 정식 공휴일로 된 것이다. 사실 노예해방이라고는 했어도 실질적으로 흑인이 인권을 누리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노예..

미국 2022.06.21

우리의 통일은 언제?

요즈음 탈북민들의 유튜브 방송을 즐겨 본다. 억압받고 감시당하고 굶어 죽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상에 저런 곳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한에 들어와서 사는 게 천국 같다고 말한다. 일하든 말든 내 맘이고,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자유가 좋다고 말한다. 우리야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탈북민들에게는 정말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모양이다. 혹자는 북한의 생활 수준이 남한의 1960년대와 같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남한이 북한처럼 가난한 시절이 있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자유는 있었다. 이동의 자유, 주거 선택의 자유, 정부 찬양을 안 해도 되는 자유는 보장되었다.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소중한 자유를 누렸다는 것은 오늘날 한국을 만든 밑거름이었다. 탈북민들의 이야..

한국 2022.06.18

운수 좋은 날

모처럼 멀리 오클랜드에 있는 크고 오래된 중앙 도서관에 갔다. 중앙 도서관은 다운타운에 있으니 주차가 문제다. 주차비를 지불 하더라도 주차장에 세울까 하다가 혹시 길거리 틈새 파킹이 있을지도 몰라서 일단은 둘러보기로 했다. 길거리 파킹이라고 해서 거저는 아니고 미터기에 돈을 넣어야 하지만 그래도 찾아보기로 하고 몇 블록을 돌아보는데 빈자리가 눈에 띈다. 내 눈을 의심했다.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다시 훑어보았다. 분명히 차를 댈 수 있는 빈자리다. 그것도 커다란 가로수 밑이어서 그늘진 곳으로…….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되는 빈자리가 남아있다니…… 나는 길에 떨어진 임자 없는 돈을 발견한 것처럼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생각에 일단 차를 대고 봤다. 이렇게 훌륭한 자리가 내 차례에 오다니 운수 좋은 날이구..

문학 2022.06.16

한번 올라간 물가는 내리지 않는다

요즈음 뉴스는 기름값 올라갔다는 소식 빼놓으면 없을 정도다. 주유소 가격표를 보여주면서 개론 당 7달러를 넘어 8달러에 가깝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달러 미만이었는데 따불이 되었다. 이것이 꼭지였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에 기름을 넣었더니 80달러가 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랐단다. 나 역시 엊그제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코스트코로 향했다. 기름을 채웠더니 107달러가 나왔다. 깜짝 놀랐다. 평상시에는 60달러 미만이면 만탱크 채웠는데…… 식료품 가격도 매일 치솟는다. 외식하러 나가기도 무섭단다. 음식 가격 역시 놀라울 정도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달러를 풀어댈 때 알아봤다. 경기 침체를 막겠다고 돈을 마구 찍어대더니, 전 국민에게 돈을 뿌리더니 ..

미국 2022.06.14

뮤직콘서트와 오픈 스튜디오

양탄자를 짜면서 그림을 넣은 벽걸이 양탄자 ‘승천’이란 그림이 걸려있는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콘서트 혼자 사는 친구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오는 일요일 오후에 뮤직콘서트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전화였다. 그것도 유명한 화가 정연희 화백 CHIM 스튜디오에서 오픈 스튜디오 겸 뮤직콘서트를 연다고 했다. 화가들은 일년 내지는 이삼년에 한번은 오픈 스튜디오를 한다. 화가는 자신이 작업한 그림을 전시해야 하는데 거창하게 전시관을 빌려서 전시한다는 것은 일이년 작업으로는 버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전시회 없이 마냥 그림만 그리다 보면 제물에 지치기 쉽다. 뮤지시안이나 화가 밋 작가는 빠르면 일년 늦어도 이삼년에 한번은 연주회든 오픈 스튜디오든 출판이든 치루고 나야 다시 작업에 열중할 수 있는 활력을 얻는다. 오픈 스튜..

화랑 2022.06.11

향내(香-) 나는 사람

지난 겨울이었다.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경기도 양주에 전철을 타고 간 일이 있다. 겨울철인 데다가 서울을 벗어났더니 전철이 텅 비었다. 드문드문 몇 사람 없었다. 초라한 중늙은이가 들어와서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자마자 냄새가 났다. 그냥 냄새가 아니라 코를 찌를 듯한 지독한 냄새다. 노숙자 같은데 아마 일 년은 목욕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사람들이 슬슬 일어나더니 다른 칸으로 가버렸다. 나도 일어나 가고 싶었지만, 앞에 앉아 있는 노숙자가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할 것도 같고, 기분 나빠 할 것도 같아서 그냥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냄새는 가히 참아줄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나도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가 먼저 일어나 내리는 바람에 나는 그냥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의..

문학 2022.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