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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체리

올해는 늦게까지 추워서 밤이면 솜이불을 덮고 잔다. 이제 겨우 봄볕 같은 햇살과 따스한 기운이 돌아서 창문을 열었다. 새소리가 요란하다. 일 년 내내 뒷마당이 조용했는데 갑자기 새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으로 보아 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창 봄이 익어갈 때면 새들의 노래자랑이 벌어진다. 벌새, 울새 할 것 없이 있는 힘을 다해 목청껏 짖어댄다. 짝을 찾기 위한 애절한 연가이다. 뒷마당 울타리 쪽으로 새빨간 야생 체리가 다닥다닥 열려있었는데 지난 몇 주 사이에 새들이 다 먹어치웠다. 나무 밑쪽에 조금 남아있는데 저것도 얼마 가지 못하리다. 뒷마당 감나무에 감꽃이 많이 피었건만 감꽃은 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작으면서도 이파리 색과 같은 녹색이어서 꽃인지 잎인지 구분이 안 된다. 싱싱한 이파리들..

미국 2022.06.07

미녀 유령 '블루 레이디'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 예쁘기만 할 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던 시절, 우리는 교회에서 만났다. 구역예배를 위한 모임을 정했는데 멀리 떨어져서 사는 우리가 한 구역으로 묶였다. 알고 보면 인연이란 우연이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고, 아이들은 너무 빨리 자라고, 살림에 쫓기면서 시간도 아까워지고, 잊고 살았고 그렇게 살아가는 데 익숙해졌다. 다 늙은 지금.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노니까 옛일이 생각나서겠지. 아주 오랜만에 만나서 오후 한때를 행복하게 보냈다. 이 집도 딸 둘, 저 집도 딸 둘 우리만 애가 셋이다. 예쁜 아이들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그 애들이 커서 아이를 낳고. 손주가 몇이냐고 묻고 웃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건만 낯설지 않다. 파인 트리 숲속에서 산림욕을 하면서 걸었다. 걸으..

미국 2022.06.04

살다 보면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이

살다 보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코로나가 세상을 정지시켜 버렸다든가. 70억 세계 인구가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든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물가가 치솟는다든가. 아무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터지면서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기도 한다. 나는 5월 29일 일요일에 한국 들어가는 아시아나 항공을 오래전에 예약해놓고 기다렸다. 밤 11시 30분발 비행기 그것도 비즈니스석이었다. 탑승 48시간 전에 검사한 코비드 테스트 PCR 음성 확인증을 제출해야 탑승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5월 30일이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이어서 토일월 3일간 휴일이다. 나는 금요일 아침에 카이저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제대로라면 내가 출발하는 일요일 아침에는 PCR 검사 결과가 e-mail..

미국 2022.06.01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100명 중 상위 26명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가 부자들이 캘리포니아에 사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와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이 포함된다. 부자의 범위를 더 넓혀서 미국에서 억만장자로 꼽히는 724명을 살펴보면 189명이 캘리포니아에 사는데 이는 26.1%에 해당하는 수치다. 부자들이 캘리포니아에 몰려 사는 것은 빅테크 기업들의 본거지 실리콘밸리의 영향이 크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은 물론이고 구글, 페이스북 등의 본사가 실리콘밸리에 있는데 해당 기업들을 일군 창업자들이나 관계된 억만장자들도 실리콘 밸리에 살면서 회사 업무를 보고 있다. 경제지리학을 ..

미국 2022.05.30

강간과 학살을 일삼는 러시아 군

1945년 우리나라 해방과 동시에 38도선 이북에 들어온 쏘련군들은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고 강간을 일삼았다. 구 쏘련이나 러시아군은 원래 기강이 덜 잡힌 군대여서 전쟁도 무질서하게 치르다가 자신보다도 1/10 수준인 우크라이나군에게 밀려다니는가 하면 자신들보다 약한 아녀자들을 괴롭히고, 강간하고, 죽이는 범죄를 저지른다. "러軍이 12시간 성폭행…죽고싶다" 그녀는 네아이 엄마였다 네 아이를 둔 우크라이나의 한 엄마가 러시아군에게 12시간 넘게 성폭행을 당해 죽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집단 성폭행이 발생하면서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미하일 팔린차크 사진작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20km 떨어진 한 고속도로에서 찍은 사진 속 갈색 담요 아래에는 민간인..

카테고리 없음 2022.05.28

가뭄으로 몸살 앓는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에 가뭄이 심하다. 캘리포니아만 그런 게 아니라 전 미국이 가뭄으로 시달린다.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가 가장 심한 편에 속한다. 벌써 4년째 비가 오지 않았다. 미국 농산물 중의 채소류는 거의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하다시피 하는데 앞으로 미국 채소가격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물 소비를 줄여 달라고 주민들에게 이미 경고한 상태다. 매일 잔디밭에 물을 주지 말고 일주일에 3일만 물을 주란다. 원래 잔디는 매일 물을 줘야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건조한 기후에서는 더욱 그렇다. 잔디에 물을 덜 주면 물 부족으로 잔디가 누렇게 변색하다가 결국에는 타 죽고 만다. 노숙자가 헌 옷 얻어 입은 것처럼 잔디가 보기에도 흉해진다. 나는 동네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어두워진 밤늦게 잔디에 물을 ..

미국 2022.05.26

미국 거주 아시아인이 차별 대우를 받는 이유

미국인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이라고 하면 부유하고 고학력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출신 국가에 따라 소득과 학력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2019년 연간 중위 소득은 8만5천800달러 (약 1억1천만원)로 미국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인 6만1천800달러(약 7천900만원)를 크게 웃돌았다. 출신 국가별로 세분화하면 편차가 컸다. 인도계의 중위소득은 11만9천달러(약 1억5천만원)로 미국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했다. 반면 미얀마계의 중위소득은 4만4천400 달러(약 5천700만원)로 미국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미국 내 한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인도와 미얀마의 중간쯤인 7만2천200달러(약 9천300만원) 으로 나타났다. 한인은 7만2,200달러로..

미국 2022.05.24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

목요일 오전에 바이올린 연주회가 있다고 해서 초등학교 5학년인 손주 학교에 갔다.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게 떠들면서 놀던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갈 시간이 되자 운동장에 각 학년 반마다 일렬로 줄지어 앉았다. 앉기만 하는 게 아니라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누가 조용히 하라고 시키나 해서 둘러보았다. 선생님이나 누구도 조용히 하라고 시키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이 알아서 줄을 따라 앉아 조용히 기다린다. 한 줄씩 일어나 일렬로 반으로 들어갔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4학년까지의 학생들인데 말을 잘 듣는 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연주회는 운동장 한쪽에서 벌어졌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 학생들이 모여서 음악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연주하는데 연주하는 학생들..

사랑 2022.05.21

같은 한국인이라서

나는 TV에서 뉴스와 스포츠 중계방송만 본다. 스포츠 중에서도 몇 가지 선호하는 스포츠만 골라 본다.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를 즐겨 보는데 그 중에서도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을 좋아한다.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 중계방송은 주로 새벽이나 오전에 하는데 영국과 시차 때문일 것이다. 가끔씩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그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다. 아메리칸 리그 축구 경기도 있지만 프리미어 리그처럼 박진감 넘치게 뛰지 못해서 긴장감이 덜하다. 이탈리아 리그도 보여주는 데 그도 시시하게 보인다. 그 보다도 토트넘 경기를 즐기는 까닭은 한국 선수 손흥민이 뛰기 때문이다. 4월로 들어서면서 야구 경기는 매일 있다시피 한다. 미국 야구는 네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 두 리그가 있어서 대 도시는 연고지 팀이 둘씩 있는 경우..

미국 2022.05.19

텃밭의 비밀

넓은 집에서 두 사람이 산지도 오래 됐다. 두 사람만 빼고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바쁜 터라 별일 없는지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다. 오는 사람도 없는 집이라서 남에게 구애받지 않고 우리가 좋은 대로 꾸미고 산다. 페밀리룸 창가를 카페 창가처럼 꾸몄다. 두 사람만 앉는 작은 테이블을 놓았다. 식사는 작은 테이블에서 한다. 카페같은 창가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면 곧바로 텃밭이 보인다. 가지며 방울토마토, 부추에 오이, 호박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사랑스러운 채소들과 늘 눈 맞춤을 즐긴다. 채소를 심어놓고 싹이 트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쏠쏠한 재미다. 노인이 있는 집안 화초는 다 죽는다고 했다. 할 일없는 노인이 매일 물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집 텃밭의 채소들이야말로 다 죽게 생겼다...

문학 202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