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49

텃밭이 주는 행복

내가 알아서 잘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가 해 본 건데 올해 오이를 심은 건 잘한 일이다. 오이는 간단해서 심어놓고 물만 주면 된다. 넝쿨이 올라가는 방향을 잘 잡아주면 땅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맨땅도 아닌 커다란 화분에다가 심었다. 내가 오이를 잘 심었다고 하는 까닭은 오이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야 장 보러 다니지 않으니까 오이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잘 모르지만, 주부들이나 신문보도를 보면 많이 올랐단다. 오이를 길러보니 쑥쑥 잘 자라는 게 오이 넝쿨이다. 물만 주는데도 하룻밤 자고 나면 한 뼘도 넘게 자라났다. 오이가 싹이 나서 자라고 오이가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두 달이다. 두 달 자라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한 넝쿨이 네다섯 오이를 매달고는 그만..

미국 2022.09.03

개솔린 사격은 왜 오르락내리락할까?

76 개스 스테이션 개솔린 가격포를 고치고 있다. 물가 중에서 가장 민감하고 개인 생활에 영향력을 끼치는 개솔린 가격을 누가 왜 올렸다 내렸다 하는가. 개솔린 가격이 다른 물가처럼, 예를 들면 농산물이라든가 가공제품처럼 수요가 많으면 올라가고 수요가 없으면 내려가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오랜동안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TV에서 토론하는 걸 듣다 보니 개솔린 가격은 다른 제품과는 달리 누군가 가격을 조종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세계에는 석유 메이저 회사가 5개 있는데 그중의 4개 회사는 미국에 있고 하나는 영국 회사다.(Chevron, ExxonMobil, Shell, ConocoPhillips, BP) 이 5개 석유 회사가 개솔린 가격을 좌지우지한다.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이고 미국을 움직이는 힘은 ..

미국 2022.08.18

누구를 위한 인터넷인가?

격세지감을 느낀다. 1969년 10월 어느 날, 을지로 입구 롯데호텔 맛은 편에 있는 미 대사관에 인터뷰하러 들어갔다. 미국인 영사가 자기 방으로 불러드려 악수를 청하면서 미국에 이민 가는 사람 인터뷰는 처음이라면서 매우 반가워했다. 친지들이 설이나 쇠고 가라고 해서 양력설일망정 만둣국을 먹었다. 그때는 미국에 가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5살, 6살 먹은 여자아이 자매를 보호자 없이 보내면서 우리에게 부탁도 했다. 1970년 1월 4일 내가 한국을 떠난 날이다. 무척 추워서 모두 오버코트를 입었다. 얼음이 얼고 눈이 쌓여 있는 김포공항 입구에는 택시 승차장이 있었고 우리를 배웅나온 친지들과 친구들로 가득했다. 내가 아는 친구들은 모두 나왔다. 심지어 군에 나..

미국 2022.08.04

매와 비둘기

비둘기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새다. 애완동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같이 공생한다. 문제는 비둘기의 배설물이다. 비둘기도 먹고살려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온종일 먹고 싸는 일만한다. 새는 소변을 눋지 않는 동물이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대변을 배설한다. 새의 배설물은 산성으로 매우 독해서 웬만한 페인트는 변색되기도 하고 콘크리트에는 배설물 자국이 영원이 남을 수도 있다. 자동차에 새의 배설물이 떨어지면 제때 닥아 버려야지 그냥 놔뒀다가는 자동차 도색이 변하는 수가 있다. 비둘기의 배설물은 한마디로 말해서 골치 거리다. 건물이나 기념동상 주변에 비둘기가 서식하면 배설물 치우는 미화원의 수고가 갑절로 늘어난다. 골치를 썩이기 마련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야외 전철역에는 어김없이 비둘기들이..

미국 2022.08.02

미국 최초의 한국인 이름으로 명명된 6차선 대교

추수감사절이라는 큰 명절에 배를 굶주리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앵커리지의 한 주유소의 한국인 주인은 추수감사절에 배고픈 사람에게 칠면조 점심을 나눠주었다. 백인숙(71) 씨는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그녀는 한국전쟁 때 한국에서 자랐고, 그녀의 가족은 항상 먹을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먹을 게 넘쳐나는 세상이다. 백씨는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마운틴뷰 인근 쉘 주유소의 붐비는 편의점에서 수백 개가 넘는 무료 급식을 한다. 10년 동안 백씨는 추수감사절마다 가게에서 칠면조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녀는 이웃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돌려주고 싶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축복을 받았으니 이제는 나눠주어야 한..

미국 2022.07.30

미국은 한국보다 살기에 수월하다

나는 26살에 미국에 이민 가게 되었다. 26살이란 나이에서 3년이라는 군복무를 빼면 실제로 한국에서 살아보겠다고 진지하게 덤벼들었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짧은 기간 한국에서 살아봤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에서만 살았다. 사실 20대라는 시대는 어떻게 앞날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내가 한국에서 보낸 20대는 1960년대를 말한다. 살아갈 앞날이 캄캄하고 답답했을 뿐이다. 남들은 나보다 몇 배는 더 똑똑한 사람들 뿐이어서 내 실력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벽이 너무 높아서 넘을 수가 없어 보였다. 고생하면서 바닥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이 지금은 그때보다 살기 좋아졌다고는 해도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속내의 갈등은..

미국 2022.07.26

샌프란시스코에 등장한 로보택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크루즈 로보택시. 샌프란시스코에 등장한 로보택시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이라는 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자율주행차를 믿고 밤늦게 술을 마셔도 된다느니. 아주 늙어빠진 노인도 자율주행차를 타고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다느니. 하다못해 앞이 안 보이는 사람도 차를 몰고 시장에 다녀올 수 있다느니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자동차 지붕 위에다가 물동이만 한 기계를 이고 다니면서 주행 연습하는 차도 여러 번 보았다. 이것도 오래전의 이야기여서 그동안 잊고 지냈다. 드디어 자율주행차가 나오긴 나올 모양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에서 ’크루즈‘라고 불리는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행하게 허가해 주었다. 이제 돈을 내고 부를 수 있는 로보택시 시대가 열렸다는 소식이다. GM이 대주주로 있..

미국 2022.07.21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른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른다. 같은 생김새가 갖는 힘을. 한국 사람들은 같은 생김새 틈바구니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은 다 그런 줄만 알았다. 머리는 검고, 눈동자는 어두운 갈색에 코가 적당히 작고 얼굴이 둥글넓적하고 키가 고마고마한 게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살았다. 오죽하면 살색, 피부색이라는 단어가 있었겠는가? 사실 지금도 나는 나의 피부색이 무슨 색인지 모른다. 미국에서 신상명세서를 작성하다 보면 피부색을 적으라는 난이 있다. 우리는 우리를 황인종이라고 알고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황인종은 피부색이 황갈색인 인종이라고 나와 있다. 황갈색은 또 어떤 색인가? 사전은 누른빛을 띤 갈색이라고 말한다. 영어로 번역하면 누른색 = yellow, 갈색 = brown 내 피부색이 황인종 = 황갈색 = 누른빛을 ..

미국 2022.07.19

여권 사진

그지난달 한국에 나가려다가 PCR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미국 메모리얼 공휴일이 끼어있어서 모두 휴가 갔기 때문에 PCR 검사를 독촉할 곳도, 물어볼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참 어이없게도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업친데 겹친다고 여름방학을 맞으면서 탑승객 수요가 늘어나는 바람에 비행기는 만석이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비행기 삯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속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비행기 타지 말라는 뜻이 숨어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생각을 고쳐먹었더니 속은 편했다. 때때로 비행기 대형사고가 터지면 기적같은 일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곤 했다. 탑승객이 다 죽었는데 어떤 사람은 추락한 비행기 타러 공항에 가다가 차동차 ..

미국 2022.07.14

깃발이 펄럭인다

깃발이 펄럭인다 집집마다 깃발이 걸려있다. 7월 4일은 미국독립기념일이다. 공휴일임과 동시에 공공건물은 물론이려니와 집집마다 성조기를 내다건다. 요즈음 미국에서 유통되는 성조기의 95%는 중국산이다. 미국에서 만든 Made in USA 성조기는 눈을 비비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 겨우 밸리 포지(Valley Forge) 정도의 국기생산업체가 근근이 현존할 뿐이다. 만일, 한국 광복절에 집에 내거는 태극기가 모두 중국산이라면 한국인들 기분이 어떨까? 중국이 성조기를 만들기 시작한 때는 2001년 9월 11일 9.11이 터지고 나서부터다. 9.11이라는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애국심이 분출했다. 너나없이 성조기를 집에 걸려고 찾아보았으나 준비된 성조기는 없었다. 사람들은 성조기를 구매하..

미국 202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