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잘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가 해 본 건데 올해 오이를 심은 건 잘한 일이다. 오이는 간단해서 심어놓고 물만 주면 된다. 넝쿨이 올라가는 방향을 잘 잡아주면 땅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맨땅도 아닌 커다란 화분에다가 심었다. 내가 오이를 잘 심었다고 하는 까닭은 오이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야 장 보러 다니지 않으니까 오이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잘 모르지만, 주부들이나 신문보도를 보면 많이 올랐단다. 오이를 길러보니 쑥쑥 잘 자라는 게 오이 넝쿨이다. 물만 주는데도 하룻밤 자고 나면 한 뼘도 넘게 자라났다. 오이가 싹이 나서 자라고 오이가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두 달이다. 두 달 자라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한 넝쿨이 네다섯 오이를 매달고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