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인천 공항 풍경

샌프란시스코 메아리 2021. 6. 8. 05:07

530일 오후 4,

이 시간이면 인천공항이 북적대야 하는 시간대이다.

2터미널 대한항공 전용 터미널은 6. 25 때 피난 나간 서울 도시처럼 텅 비어 있었다.

공항 순환 버스에서 내리면서 내가 잘 못 왔나? 하는 착각에 빠졌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 빈 공항에 홀로 서 있는 나는 공상 영화에서 우주인이 휩쓸고 간

지구에 혼자 남은 기분이었다.

 

공항청사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서성대는 사람이 몇 있어서 그렇지 이곳마저 텅 비었다면 나는 놀라 자빠졌을 것이다.

몇 사람 오고 가는 사람이 있기는 해도 승객보다는 일하는 공항 종사자들이 아니면 대한항공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전기세도 안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대를 통과하는데 전 같았으면 줄을 서서 잠바 벗고, 신발 벗고, 혁대 그르고 야단법석을 떨었어야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십여 개나 되는 검사대를 다 닫아놓고 한 곳만 열려있었다.

열려있는 한 곳에서도 검사 요원들이 나 한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마치 공항을 전세 낸 것처럼 빠져나오면서 이건 특별 대우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골탕 먹이려는 것도 아니고, 살다 보니 별별 세상 다 보는구나 했다.

당연히 출국 검사도 자동으로 이어졌다.

입국장에 들어섰는데 여긴들 다를 리 없었다.

세계 명품매장은 다 있는데, 어림잡아 명품 이름만도 50여 개는 넘는데,

매장 문은 다 열려있는데 판매원 외에 손님은 없다.

모르기는 해도 공항 측에서 매상이 있건 없건 매장은 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열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졌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만 바닥에 광을 내고 다닐 뿐 텅 빈 로비에 신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255 게이트 맞은 편 #265 게이트에서 탑승하기로 되어있는데 TV 시청을 혼자 즐기려고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평상시 같으면 빈 의자를 보면 다리를 쭉 펴고

드러누워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사람조차 없다.

승객이 없으니 한국 나들이하는 비행기 가격이 내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들춰 보았다.

유나이티드 항공, 샌프란시스코 인천 왕복 이코노미 석이 자그마치 11,000달러란다.

내가 잘 못 봤나? 해서 눈을 비비고 보았으나 9,870 11,000달러가 맞다.

아이고 맙소사, 이 사람들이 돌았나? 10곱도 넘게 받게?

알고 봤더니 UA는 당분간 국제선 운항을 접었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운항 중지라고 대놓고 말할 수가 없으니까, 가격을 10곱으로 올려

놓으므로 손님이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별걸 다 뒤집어 놓아 가는 곳마다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고기를 먹는 나라  (0) 2021.07.10
100세 시대 단상  (0) 2021.06.26
미국인의 콤플렉스  (0) 2021.06.05
외상 됩니다  (0) 2021.06.03
무료급식  (0) 2021.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