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3일이었다. 그날도 눈발이 엄청나게 날렸다.
이른 아침, 운동 길로 일산 호수공원을 걸었다.
눈 내리는 호수가 넓고 쾌적해서 낭만이 깃든 운동 길이다.
공기도 맑고 신선했다.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렇게 널찍하게 자리 잡은 공원이 서울 근교에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잠실에서 살 때는 새벽 운동으로 석촌 호수를 걸었다. 석촌 호수는 규모도 작은데다가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복작대는 것까지는 참겠는데 왜 그리 소란스러운지.
한 무리가 모여서 손뼉을 치는가 하면 마라톤 뛰듯 달리는 사람도 있다.
빨리 걷고 끝내고 싶을 뿐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일산 호수공원은 별이 열 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눈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은……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지 아내는 내일 또 오자고 했다.
내일은 오늘 같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하는 말인지……
온 세상이 흰옷으로 갈아입고, 그리고 눈은 내리고, 함께 걷는 한적한 공원.
시가 절로 읊어지는 낭만 어린 시간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산 호수공원은 국토 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뽑힌 우수 공원이다.
조각가 엄태정 씨의 작품 ‘석기시대 96-1’
최만린 선생의 ‘작품0, 96-16’
서정국 씨의 ‘죽림’
눈 덮인 언덕과 겨울나무. 북유럽 핀랜드의 공원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흰 눈으로 갈아입은 공원은 고요하다.
눈은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줄만 알았는데 소음까지도 잡아버렸다.
애수교에서 바라본 호수교의 아치가 더없이 아름답다.
공원의 멋을 만끽한 아내와 나는 내친김에 손숙, 추상미가 만들어 내는 ‘가을 소나타’를
보러 갔다. 오장동에서 함흥냉면도 먹고.
좋은 아침은 온종일 멋진 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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