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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아직도 오렌지색 세상

샌프란시스코 메아리 2020. 9. 11. 07:49

샌프란시스코 다운 타운의 트랜스 아메리카 빌딩

아직도 오렌지색 세상은 그대로다.

아침에 운동길 코스로 조금 멀기는 해도 목장길을 선택했다.

뜻밖에도 호수에 나온 사람들이 없다.

없다고 해서 전혀 없는 건 아니고 한두 명 있을 뿐이니 없다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길바닥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발에 밟히고 채이는 건 도토리다.

도토리는 벌써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일산 호수공원에는 도토리 주워가지 말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으리라.

주워가지 말라는 플래카드가 무색할 정도로 표어 바로 밑에서 도토리를 줍는다.

도토리를 비닐봉지에 담아 간들 무엇하겠는가.

지금처럼 먹는 게 흔한 세상에서 그냥 놔뒀다가 시간이 지나면 버릴 것이다.

그래도 눈에 띄는 건 줍지 않으면 못 배기는 습성이 몸에 배서 그러리라.

줍는 것도 재미중의 하나이니 어쩌겠는가?

다람쥐야 굶어 죽든 말든…….

 

목장 능선에 올라가 샌프란시스코 베이를 내려다본다.

온통 오렌지색이다.

어제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하늘이 오렌지색보다 진한 빨간색 색조를 띄고 있었는데

그나마 오늘은 빨간색은 없고 옅은 오렌지색만 남았다.

그래도 공기 질은 양호해서 자이언트 야구경기에 지장이 없단다.

 

UCLA 기후 과학자 다니엘 스웨인은 트위터를 통해 "대형 산불로 인해 밀도 높은 연기가 피어올라,

그중 일부는 야행성 피로쿠물루니버스 구름('불의 뇌우')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북부 일부 지역에서 태양을 거의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꺼운 산불 연기가 태양을 차단하고, 베이 지역 하늘을 오렌지색으로 만든다.

하늘은 화성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렌지색으로 빛났다.

산불 연기가 대기권 상공에서 하늘을 병적으로 노랗게 불태웠지만,

유독성 공기가 가득한 두꺼운 담요 충의 색깔은 낯설기만 한 오렌지색으로 변했다.

태양 광선이 연기를 뚫고 들어가려고 애쓰면 쓸수록 오렌지색은 짙어만 간다.

하늘은 다른 색깔이지만 연기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넓은 해양 반전 계층이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기 질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한 연기가 샌프란시스코 전역으로 번지면서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와 센티넬 빌딩은 주황색으로 보인다.

기상관측에 의하면 적당히 내린 눈처럼 보일 정도로 상당한 양의 재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목장 능선에 올라 바라본 베이 지역은 아직 오렌지색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었다.

안개인지 연기인지가 땅까지 꺼져 내려앉아 있었고, 하늘과 땅은 여전히 오렌지색

그대로였다.

날씨가 칙칙하고 쌀쌀한 것도 이유이겠으나 공기의 질이 나쁠까 봐 사람들은 밖에 나오지

않았다. 모처럼 텅 빈 목장길이며 호수길이 한산해서 좋다.

사람이 없으니 코비드 걱정 안 하고 편안히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 목장길에서 찍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멀리 바다 같은 만이 보여야 하는 데 연기에 가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