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을 쓰시네"

샌프란시스코 메아리 2020. 9. 21. 08:11

소설을 쓰시네

어느 날 갑자기 소설을 쓰시네란 말이 일파만파 번져갔다.

추미애 장관은 딱 한 번 소설을 쓰시네라고 했는데 그 말의 파급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추미애 장관이야말로 소설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그냥 소설이 아니라 연재소설을 쓰는 중이다.

우리 아들이 울고 있다고 하면 다음 날 ”27살 먹은 청년이 운다고?” 하는 기사가 나온다.

나는 아침마다 오늘은 어떻게 진행되나 하는 궁금증이 날로 더해갔다.

하루는 동계 올림픽 통역병으로 보내 달라, 용산 미군기지로 옮겨 달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하는가 하면 다음 날은 이에 맞받아 청탁한 일 없다고 열을 올린다.

휴가처리 지시한 대위 군복에는 별셋 부대마크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는데, 일반 직장도 아닌 군대에서

그날 그 대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나?

안중근 의사의 뜻을 기려 군에 나갔다.” 이건 왼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웃지 않을 수 없다.

오죽 했으면 동계 올림픽 통역병을 제비뽑기로 했겠는가?

그런가 하면 추 장관은 파주 군부대를 방문하는데 그의 신용카드는 논산 고깃집에서 떠돌아 다녔다.

추 장관은 추리소설을 참 재미있게 쓰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려면 추 장관 아들만 압력을 넣었겠는가?

추 장관 아들 이외에도 병사들의 부모나 지인들로부터 많은 청탁이 들어왔으리라 짐작해

본다. 오죽했으면 제비뽑기로 돌려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다.

 

청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젊어서 군 생활을 할 때도 청탁은 있었다.

춘천 병무청에서 근무할 때다. 어쩌다가 서울에 외출 나가게 되면 총무과에 있는 인사과

하 상사가 심부름을 시킨다. 토요일 아침에 국방부에 들렀다가 오란다.

국방부 인사과에 가면 사병 인사를 담당하는 상사가 있는데 그분에게 전해 주라는 밀봉된

서류봉투를 건네준다. 봉투가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만져보면 짐작이 간다.

보물 같은 서류봉투를 들고 찾아가면 국방부 인사과 상사도 좋아했다.

그 통에 나는 금요일 오후 일찌감치 외출이 허용되는 혜택도 누렸다.

 

그런가하면 의정부 카투사로 근무할 때도 청탁 심부름을 하곤 했다.

중대 서무계로 근무했는데 카투사 선임하사(중사)가 조니 워커 두 병을 전해 주라는

심부름이다.

육군본부 사병 인사과 주임상사가 살던 집이 아마 상계동이었을 것이다.

골목길로 찾아 들어가면 인사과 주임상사 집에는 나보다 먼저 온 중사, 상사들로 북적였다.

그날이 아기 돌잔치 날이었던 것 같다. 각처에서 근무하는 카투사 선임하사들이 좋게 말해서

선물을 전해 주려고 줄을 서 있었다.

중대 선임하사(중사)의 카투사 복무기간은 16개월이다.

카투사 복무기간이 끝나면 육군 부대로 원대복귀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중대 선임하사인 이 중사는 두 번 세 번 연기하면서 5년째 카투사로

주저앉아 있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정기적으로 뇌물을 바치기 때문이다.

뇌물을 바치기 위해서는 중대 사병들로부터 돈을 뜯어내야 하는데, 방법도 여러 가지다.

덤프 트럭 운전병들에게 기름을 빼내 팔아오게 하고, 보급소 병사에게 보급품을 배 돌리게

하고, 내게는 특정한 날, 일보에 병력을 조작해서 부풀려 보고하게 한다. 보급품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다. 온갖 부정을 공공연히 해댔다.

그때는 한국이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이라 미군을 등쳐먹는 것이 마치 애국하는 것처럼

느끼던 시절이었다.

사병들로부터 긁어모은 돈을 육본 사병 인사과 주임상사에게 바쳐야만 카투사 선임하사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모르기는 해도 육본 사병 인사과 주임상사 자리 역시 거저는 아니었을 것이다.

 

청탁 문제가 곧 부정부패의 온상이고 부정부패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첩경이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한국에서는 청탁을 가볍게 여긴다.

미국도 지금의 한국처럼 청탁이 난무하던 시대가 있었다.

미국은 총의 나라여서 누구나 총을 소지하고 있다. 누구든지 극도로 억울하면 총을 쏘아대는 것이다.

1881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가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은 자가

총격을 가해 암살하고 만다.

충격을 받은 국민은 깨어났고, 실력주의가 싹트게 된 동기이다.

재능과 노력으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이 탄생하게 되었다.

 

나는 소설의 끝마무리가 아름답게 탈바꿈되기를 간곡히 기도 한다.

추 장관님에게 발뺌만 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새로운 계기로 만드는 지혜를 주시어

나라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어달라고…….“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남자  (0) 2020.10.07
억울하지 않을 권리  (0) 2020.10.01
한국이나 미국이나 집 값이 뛰는 이유  (0) 2020.08.05
한국 남자들의 못된 버릇 3가지  (0) 2020.07.30
추 장관의 수사 지휘는 위법  (0)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