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아놓고 목까지 물이 차도록 몸을 더운물에 담그고 누웠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따듯한 물이 주는 감미롭고 평온함을 마음껏 즐겼다.
아마도 엄마 배속이 이러하리라.
나는 몰랐는데 나중에 아내가 하는 말이 목욕탕을 들여다보았더니 코를 골고 자더란다.
목까지 차는 더운 물속에서 코를 골며 잤다니! 믿기지는 않았으나 그랬을 것이다.
친구가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묻는다.
목욕하느라고 못 받았다고 했다. 샤워나 하지 무슨 목욕이냐는 것이다.
한국에 가면 목욕탕에 갈 수 없어서 미리 집에서 목욕하고 가는 거라고 변명 아닌 설명을 해 주었다.
한국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목욕탕에 들려 한 꺼풀 벗기고, 이발까지 하고 나면 새사람이 된 것처럼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요새는 한국에 가도 코로나 때문에 목욕탕에 갈 수 없어서 섭섭하다.
그렇다고 한국 목욕탕이 영업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목욕탕 문은 열었지만,
목욕탕이 마치 코로나 온상처럼 느껴져서 들어가고 싶지 않을 뿐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몇 명씩 발생한다는 경고문이 휴대폰에 수시로 뜨는 걸 보면서
누가 목욕탕엘 가겠는가 했다. 그래도 혹시 해서 목욕탕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당국에서는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고 하지만,
목욕탕 주인의 대답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단다.
쓰고 싶으면 쓰고, 쓰고 싶지 않으면 안 써도 그만이란다.
코로나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당신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런 무책임한 대답이 어디 있나.
나는 다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목욕탕에 가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지인의 블로그를 읽고, 그렇구나 하는 생각과 재미도 있어서 옮긴다.
<토요일인데도 목욕탕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신규 확진자가 1300명을 넘어서고 있어서
위기 경보가 심각한 상황이라 대중탕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 -생약-
그러고 보니 다들 누드 상태에서도 흰색이나 검은색 마스크를 썼습니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수증기가 가득한 탕 안에서 벌거벗은 여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코로나가 만들어 내는 진풍경입니다.>
남탕도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화 받던 목욕탕 주인도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라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젖은 마스크를 하고도 숨이 쉬어질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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