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마다 나무 밑에 가로세로 1m 넓이의 네모난 자신만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원래 나무는 땅에서 자라는 건데 도시의 인도교는 모두 시멘트로 덮어씌우다 보니
나무에게 미안해서 그랬는지 조금 숨통을 틔어놓았다.
나무뿌리도 숨을 쉬어야 할 텐데 땅을 시멘트로 덮어버리면 뿌리는 숨 쉴 수가 없다.
숨이라도 쉬라고 나무에게 네모난 정원을 주었는데 정원에 풀이 무성하다.
흙만 보이면 풀이 나와 질서 없이 자라는 까닭은 풀뿌리가 흙을 뚫고 들어가
땅에 숨통을 틔우려는 것이다. 그 통에 나무뿌리는 숨도 쉬고.
네모난 작은 정원에서 자란 풀들이 나에겐 아름답게 보이기에 꺾어 들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풀을 꺾어다가 뭘 하려나 궁금한 모양이다.
풀을 꺾어 들기는 했으나 풀의 이름도 모르겠다.
건너는 길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그늘에 서서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풀 이름을 물어보았다.
“이 풀 이름이 뭔지 아세요?”
“강아지풀이에요.”
“강아지풀은 개울가에 나서 피는 거로 아는데?”
“다들 강아지풀이라고 불러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시 길 건너 빨간불이 언제 녹색으로 바뀌나 기다리다가 생각이
났다. 개울가에 피는 건 ’버들강아지‘라는 것을…….
“할머니, 할머니 말이 맞아요, 이 풀은 강아지풀이고 개울가에 피는 건 버들강아지에요.”
나는 길을 건너면서 버들강아지 이름을 기억해 낸 걸 신통하다고 생각했다.
집에 오자마자 강아지풀을 소주잔에 꽂아놓았다.
강아지풀도 묶음으로 어울리게 꽂아놓으면 아름다운 꽃이 되는 것이다.
나는 싱싱한 강아지풀의 아름다움에서 젊음의 정기를 얻는다.
초록색 벌판이 아름다운 까닭은 꽃이 있어서가 아니라 풀이 있어서 아름답다.
꽃은 작게 아름답지만, 풀은 넓게 아름답다.
민중을 풀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다 그래서다.
내가 풀을 꺾어 들었을 때, 풀은 내게 와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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