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6월이었나? 한국에서 텅 빈 경기장에서 야구 경기를 시작한 때가?
전 세계 스포츠가 모두 정지된 상태에서 한국 야구가 최초로 리그를 오픈했으니 화젯거리가
안 될 수 없었다.
미국 ESPN에서 중계방송했다.
나는 매일 빼놓지 않고 한국 야구 중계방송을 시청했다.
텅텅 빈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야구 경기일망정 중계방송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겼다.
미국인들에게야 생소한 경기였겠지만 내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삼성, LG, 한화, 두산 팀들의 경기를 보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ESPN에서 하는 중계는 주로 미국인 용병 투수가 출전하는 경기만 따라다니면서
보여 주는 거다.
스포츠라고 하는 게 내 편이 있어야 재미있지 내 편이 없으면 보나 마나 하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투수가 미국 선수라는 이유로 그나마 미국인들에게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마치 류현진 선수 한 명이 등판하는 날이면 한국에서 TV로 중계방송하는 것과 같다.
지금은 미국 프로 야구도 무관중이기는 해도 경기를 시작했다.
내가 선호하는 팀은 두 팀이다.
하나는 오클랜드 A's이고 다른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생중계하는 스포츠가 야구뿐이어서도 그렇지만 나는 두 팀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본다.
금년에 일 년치 게임의 절반 박에 열리지 않겠지만 A's는 승승장구로 달린다.
22승 9패로 아메리칸 리그 서부조 1위다.
자이언츠는 네이셔날 리그 서부조에서 바닥을 겨우 모면한다.
경기를 시청하면서 특이한 것은 한국 야구는 텅 빈 관중석이 TV 화면에 나오지만
미국 야구 경기에서 보면 관중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확대해서 마치 관중석에 사람이
의자마다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가짜 사람을 앉혀놓은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가짜 사람일망정 텅 빈 관중석보다는 보기에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일같이 야구 중계방송을 보면서 관중석에 앉아 있는 가짜 사람들만 보다가 그만 중독이
돼서 그런지 가짜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진짜 사람들로 들끓던 스타디움이 얼마나 큰 복인가를 그때는 미처 몰랐다.
텅 빈 스타디움에 가짜 사람을 앉혀놓고서야 비로소 그때가 행복했다는 걸 깨닫는다.
다른 채널에서는 오래전에 방송했던 구닥다리 중계방송을 재방영한다.
재방송을 보면 진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큰소리를 지르며 아우성친다.
다 함께 합창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래도 되나 하는 생각과 저런 날도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빈 경기장이어야 한다는 생각과 관중이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이 서로 헷갈리면서 어느 게
오른 건지 분별이 안 된다.
참, 사람의 사고라는 것도 간사해서 잠시라도 안 보이면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저러나 전염성 바이러스에 겁먹지 않고 맘 놓고 떠들던 그런 시절이 다시 오기나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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