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 길가에 GMC SUV가 한 대 서있다.
길가라고는 하지만 집이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그렇지 실은 집 앞에 세워놓은 차나
마찬가지다.
내가 지나다니면서 보아온 지도 오래됐다.
차는 거의 새차인데 저 집 주인의 엑스트라 차이거나 아니면 아들이나 딸이 모는 차일 거라고 짐작했다.
내가 처음 이 차를 보았을 때가 지난 7월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가 격리령이 내려진 다음, 운동 삼아 동네 길을 걷다가 보게 된 차다.
차 모양도 그렇고 색깔도 맘에 들어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벌써 얼마냐, 내가 이 길을 걷는지가?
차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주인이 몰고 나갔다가 와서 똑같은 자리에 세워놓는 거로
알았다.
오늘은 차에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다.
자세히 보았더니 차를 치우지 않으면 토잉해 가겠다는 경고장이다.
앞 윈 쇼에는 벌금 티켓이 꽂혀 있고, 뒷바퀴에는 백목으로 엑스 자를 마크해 놓았다.
엑스 자 밑, 길바닥에 역시 백목으로 엑스 마크해 놓은 날짜를 적어놓았다.
엑스 자를 마크해 놓은 것은 이 차가 움직이지 않는 차라는 것을 증명하는 표시이리라.
나는 경고장을 보면서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다 겁이 난다.
이미 이 차는 벌금이 곧 많이 나왔을 것이고, 만일 토잉 된다면 경비가 수월치 않으리라.
이 판국에 도대체 차 주인은 어디 간 거야?
내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다.
하루는 운전면허를 따 왔다면서 차를 몰고 학교에 다니겠단다.
나는 깜짝 놀랐다. 자동차 운전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면허를 땄다니 어이가 없었다.
알고 봤더니 학교에서 실시하는 운전 교육을 받았단다.
할 수 없이 내가 끌던 작은 포드 에스코트를 아들에게 넘겨주었다.
아들이 2년 동안 타다가 대학에 가면서 집 앞 길가에 세워놓았다.
고등학교로 올라온 큰딸이 운전하겠다고 해서 내가 딸 옆에 앉아서 한 달간 운전을 가르쳐
주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지가 알아서 합격해 왔고, 실기를 보러 가던 날이다.
지가 늘 연습하던 포드 에스코트에 시험관은 태우고 딸은 멋지게 큰길로 나갔다.
나는 이제나저제나 돌아올 딸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만에 돌아온 딸의 차에서 시험관만 내려 사무실로 들어간다.
어떻게 되었는지 딸에게 물어보았다. 딸은 불합격했다면서 분해서 울고 있는 거다.
억지로 달래주고 그날부터 다시 연습을 계속했다.
막내딸도 포드 에스코트로 운전을 배우고 면허를 딴 다음 그 차를 끌고 학교에 다녔다.
막내딸이 대학에 가면서 포드 에스코트는 할 일없는 차가 되고 말았다.
집 앞에 세워놓은 지도 오래됐다.
어느 날 나가 봤더니 아닌 게 아니라 빨간 스티커가 윈 쇼에 붙어있는 거다.
그때까지만 해도 집 앞 길에 차를 세워놓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당연히 내 집 앞이어서 내게 권리가 있는 줄만 알았다.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차가 집 앞에 서 있기라도 하면 마치 내 권리를 침해당한 것처럼
기분 나쁘고 신경이 쓰여서 심술스럽게 남이 못 대게 내 차를 세워 놓기도 했다.
빨간 딱지가 윈 쇼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의아했다.
내 집 앞에 내 차를 세워놨는데 왜 이러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도로는 공공시설이다. 내 것이 아니다.
아무리 집 앞이라도 내가 차를 세울 때는 공공시설을 잠시 빌려 쓰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차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말았다.
오늘 GMC SUV에 붙어있는 빨간 스티커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난다.
엑스트라 차가 있으면 좋기는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차를 보관할 차고가 있다면 모를까……
남보다 하나 더 가졌다는 것은 민폐가 될 수도 있다.
아마도 서울에서 엑스트라 아파트에 빨간딱지를 붙이는 것도 국민에게 폐가되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지나가면서 빨간 딱지를 붙이고 있는 가 끌려가지나 않았다 눈여겨본다.
차는 그대로인데 차 윈 쇼에 주차위반 티켓이 두 장이나 붙어있다.
경찰은 한 장 더 붙여놓은 것이다.
티켓은 자꾸 늘어가는데 차 주인은 어디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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