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여명에 일산대교를 건넌다.
멀리 북한산 너머에서 날이 밝아 온다.
백운대와 노적봉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포 벌에서 동쪽 끝으로 높게 솟은 건 북한산뿐이다.
북한산은 현대인이 부르는 산 이름이고 사실은 삼각산이다.
백운대, 인수봉 그리고 만경대를 일컬어 삼각인 것이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청음의 시가 생각난다.
500년 전에도 삼각산은 우뚝 솟아 있었으리라.
우뚝 솟은 삼각산이 점점 멀어져 간다는 것은 서울이 멀어져 간다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삼각산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은 서울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삼각산이 떠오르는 태양을 가로막고 서서 일출을 방해하려 들었다.
짓궂은 사내아이가 골목을 가로막고 계집애들은 못 지나가게 가로막는 것처럼.
가로막아도 아이들은 제 갈 길을 가고 마는 것을.
가로막아도 태양은 제 갈 길을 가고 마는 것을.
샌프란시스코발 아시아나 항공은 새벽 3시에 인천에 내렸다.
세상에 새벽 3시에 내려놓으면 어쩌자는 거냐?
원래는 도착시간이 5시인데 너무 빨리 왔다.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가 텅텅 비었더니 가벼워서 그랬나?
가벼우면 더 빨리 날기라도 하나?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찌감치 내렸다.
대신 공항을 빠져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택시를 타고 일산대교를 건너는데 북한산이 태양을 가로막고 서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2주간 자가격리 면제 제도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교포들 수백 명이 영사관으로 몰려가
줄을 길게 섰다고 해서 한국에 들어가는 승객이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제도를 시행했다손 치더라도 원체 까다로워서 자가격리 면제를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어떤 사람이 자가격리 면제를 받았는가 살펴보았다.
5살 미만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들이 면제를 받았다는 게 눈에 띄었다.
사실 어린아이를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2주 동안이나 방에 가둬놓으면 아이와 부모는 어찌 되겠는가?
그동안 자가격리 때문에 발이 묶여 꼼짝달싹하지 못하던 젊은 부모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제도였나보다.
이번 자가격리 면제로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들이 많이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살다 보니 엄마가 시집간 딸이 새아기를 안고 집에 오겠다는걸 못 오게 막는 세상이
다 있다니!!!
친정집에 오겠다는걸 못 오게 막는 것이 딸을 위한 방법이 되는 세상이 다 있다니!!!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 너무 많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약을 대로 약아서 변이를 거듭한다.
영국발 알파, 남아프리카발 베타, 브라질발 감마, 그리고 인도발 델타로 탈바꿈했다.
백 미터 경주에서 코로나는 저만치 달려가는데 백신은 이제 겨우 출발하다니.
세계인구 70억 명이 고대하는 마스크 쓰지 않는 세상이 오기는 오는 걸까?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 길어지리라는 것을 감히 누가 알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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