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여름은 유별나게 덥다

샌프란시스코 메아리 2021. 7. 28. 08:50

 

올여름은 유별나게 덥다.

귀국하자마자 2주 자가격리에 돌입하라고 하지만,

실은 나 자신 스스로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간 셈이다.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꼼짝 안 할 생각이니까.

꼼짝 안 한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너무 바빠서 옴치고 뛸 수도 없다.

벌써 며칠째 문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3일 만에 고작 쓰레기 버리러 나갔던 게 전부다.

문을 열고 복도에 나섰더니 더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뜨거워서 움칠했다. 실내와 바깥의 온도 차이가 이렇게 나다니?

안에는 한쪽 벽 전체가 커다란 창문으로 되어 있어서 온종일 해가 들어온다.

해가 내리쬐니 방 안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기에 일찌감치 창에 블라인드를 달고 그다음 속에 은박지가 들어간 룸 다크닝 쉐이드를

이중으로 설치해 놓았다.

이번 여름 무더위에 햇볕 이중 차단 쉐이드가 톡톡히 제 몫을 한다.

안에서는 가끔 에어컨을 틀어 온도를 줄여놓기를 반복하고 나면 미처 밖이 더운 줄 모르고

지낸다.

 

 

하안거를 자청한 까닭은 다음 달에 출간할 책 작지만 확실한 사랑을 교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1차 교정이 끝났고 2차 교정에 들어갔다.

교정만으로 바쁜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써온 장편소설 소년은 알고 싶다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어디선가 외국 유명 작가가 쓴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책을 써놓고 여든아홉 번을

고쳤더니 더는 고칠 게 없더라고 했다.

나는 이제 겨우 20번도 읽고 고치기를 하지 않았으니 아직 먼 것 같다.

 

 

어떤 지인은 한국에 나왔으면 연락이라도 하지 그럴 수가 있느냐고 섭섭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한거에 들어선 중이 여기저기 인사치레 할 겨를이 있을 수 없다.

나 혼자서도 머리가 터질 지경으로 바쁜데 다른 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상하게 배도 안 고프다. 활동량이 없어서 그런지 아침에 밥 반 공기만 먹어도 온종일

배가 고픈 걸 모르겠다. 어쩌다가 차나 한잔 마시면 그것으로 빈속이 채워지는 것 같다.

곰이 먹지도 않고 긴 겨울잠에 들어가는 것이 다 이래서 그런 모양이다.

 

 

허나, 올림픽 게임의 유혹은 저버릴 수 없다.

TV가 고장이라도 났으면 고장이라는 핑계로 참고 넘어갈 수도 있겠건만,

야속하게도 TV 3사가 경쟁적으로 방영해 대니 그냥 넘길 수도 없다.

잠깐 보려고 틀면 한두 시간 금세 지나간다.

올여름은 유별나게 덥기도 하지만, 유별나게 짧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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