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39

코로나 백신의 혜택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못 오던 막내딸네가 일 년 만에 왔다. 나는 오늘이 화이자 2차 접종 맞은 지 2주째 되는 날이다. 2차 접종 2주 후부터는 포옹을 해도 된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딸은 내가 백신 맞은 지 2주가 됐다는 걸 어떻게 알고 왔는지! 막내딸네는 지난 2월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었다. 자가 격리하면서 음성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그렇지 코로나에 걸렸던 가족이 몽땅 할머니 할아버지 집을 방문하다니! 아무리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아무리 2차 예방 접종을 마쳤다 하더라도 그렇지 과학적으로는 안전하다 할지라도 심리적으로는 아직 멀었는데……. 아내가 오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차를 밖에 세워두고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며 stop by 하겠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셋이나 되는 아이들..

사랑 2021.03.16

딸네집 가는 길

산 넘어 도시는 신도시이다. 마치 한국에서 서울과 일산처럼. 신도시에는 젊은이들만 산다. 젊은이들만 사는 동네는 모든 게 젊고 신선하다. 딸네 집에 가는 길에 ‘다솜’에 들러 흰 절편을 샀다. 딸은 어려서부터 흰 절편을 좋아했다. 쑥과 흰 절편이 반반씩 들어 있는데 딸은 쑥 절편은 안 먹고 흰 절편만 골라 먹었다. 어쩌면 어린 손녀들도 제 어미를 닮아서 흰 절편만 먹는다. ‘다솜’은 작은 쇼핑몰에서도 마사지숍과 네일숍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마한 식당이다. 원래는 김밥과 라면 정도로 점심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코로나로 테크아웃만 해야 되니까 주인이 머리를 쓴 모양이다. 떡과 김밥, 닭 날개 튀김 뭐 테크아웃할 수 있는 것들을 두루두루 판다. 처음 들어가 봤는데 조그마한 식당에 테이블과 의자를 한 귀퉁이..

사랑 2021.02.04

어떤 사람을 사랑해야 하나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한다. 사랑하기를 원한다. 사랑에 빠지고 싶어 한다. 사랑이라고 해서 꼭 이성 간의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광의의 사랑 즉 아이를 사랑할 수도 있고, 취미활동, 일, 봉사활동, 심지어 애완동물하고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내가 사랑해 준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지는데 아이에게 나의 사랑을 확인해 보기도 하고, 취미생활에 푹 빠지다 보면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라기도 한다. 애완동물이 나를 반기는 지 시험해 보기도 한다. 사람은 늘 누구를 사랑할까 고민한다. 취미생활을 찾는 것도, 일에 열심인 것도, 애완동물을 입양하는 것도 모두 고민 속에서 태어난 사랑질이다. 사랑 중에 으뜸인 남녀 간의 사랑은 정말 심각하면서도 오묘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사랑 2021.02.02

껍데기를 까고 나서는 용감한 사람들

아침 해가 빵끗 솟았다. 산뜻한 기분에 동네를 걸었다. 눈에 확 띄는 집이 있다. 50세 생일을 축하한다는 커다란 메시지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도 남았다. 동네방네 우리 집 주인 양반이 50세가 되었다고 광고도 대형 광고를 하고 있다. 나는 축하 메시지를 보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나이인지, 아내의 나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들 만큼 든 나이임에는 분명하다. 생일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앞마당에 대형 광고성 축하 메시지가 등장했다면 얼마나 놀랍고 행복하겠는가? 이러한 광고성 축하 메시지는 ‘생일파티 준비’ 비즈니스에서 맡아 해결해 준다. ‘생일파티 준비’ 가게에 전화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이벤트를 만들어 준다. 이 사인은 아내가 남편을 놀래주려고 깜짝 설치해 놓았을 수도 있..

사랑 2021.01.12

경자년이 갔다

지겨운 경자년이 가고 신축년이 밝았다. 신축년은 흰 소해다. 흰색을 좋은 색이며 소 역시 좋은 동물이어서 올해는 꿈같은 해가 될 것 같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맑은 해가 반짝인다. 하늘이 푸르고 해가 반짝인다는 것은 좋은 징조이리라. 산책길에 공원에 들렸다. 오늘따라 아이들이 많이 나왔다. 두세 살 먹은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 어린이 놀이터에 나온 부모들이 꽤 많아 보였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미끄럼틀에 기어 올라가 미끄러져 내린다. 지가 내려오고서도 신기한지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아이는 웃지 않으면 운다. 웃으면 행복한 거고 울면 불행하다는 표현이다. 아이는 단순해서 행복하냐? 아니냐만 알뿐이다. 한편에선 노인들이 걸어간다. 매일 걷는 노인들이다. 텍사스 의대 연구팀은 기억력이 저하된 60세 이상 노인들..

사랑 2021.01.03

팬데믹에서 맞는 아내의 생일 파티

달력의 마지막 장이 벽에 남았다. 12월은 우리 가족에게 기쁜 날이 많은 달이다. 3일이 아내 생일이고, 10일이 결혼기념일이다. 12일이 큰손주 생일이고 같은 12일이 막내네 첫째 딸 생일이다. 손주와 외손녀의 생일이 같은 날이어서 늘 함께 치렀으나 이번 해에는 코비드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손자들은 다가오는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속절없이 늙어가는 내게는 그리 반가운 게 못된다. 그 만큼 더 늙어간다는 것밖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이고 마지막이라는 것이 벼랑 끝에 선 듯한 느낌을 주면서 막막함이 엄습해 온다. 집집마가 크리스마스 붉을 밝히고 선물 나르는 택배 차량이 골목길을 누빈다. 엘리뇨인지 뭔지로 인하여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데, 코비드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는 빈..

사랑 2020.12.08

우체국 가는 길

나는 우체국 가는 걸 좋아한다. 우체국은 좋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체국에 가면 무엇인가 보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소식을 전하려는 사람, 선물은 보내려는 사람, 축하 카드를 붙이려는 사람.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우체국을 통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리운 사람들에게 책을 보내려고 우체국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긴 줄이 문 앞까지 이어져 있다. 줄이 긴 까닭은 2m씩 떨어져서 서 있기 때문이다. 내 딴에는 줄의 마지막 사람 뒤에 간격을 두고 섰다. 잠시 후 누가 나를 부른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뒤에도 긴 줄이 있다. 날더러 새치기하지 말고 저 뒤에 가서 서달란다. “아이고머니나“ 나는 우체국에 들어서면서 앞쪽의 줄만 보았지 뒤쪽에도 줄이 이어져 있는지는 몰랐다. “..

사랑 2020.12.03

사건은 늘 갑자기 일어난다

작년 5월, 안사돈과 점심을 먹고 난 다음, 안사돈이 우리 외손녀를 안아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며느리가 실리콘배리 구굴회사로 직장을 옮겼다고 해서 축하해 주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했다기에 그런가 했는데 얼마 후에 합격 통보가 왔다고 해서 모두 좋아했다. 새로 입사한 구굴회사에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 이 직장 역시 팬테믹으로 집에서 근무한다. 아들네 집은 아들, 며느리, 두 손자 모두 집에서 일하고 공부한다. 며느리는 직장이 둘이어서 낯에는 구굴에서 일하고 밤에는 디 안자 칼리지에서 일본어 강의를 한다. 강의 역시 줌으로 하는 게 돼서 밤낮 집에만 있다. 몇 년째 안사돈이 후두암으로 고생하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위독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요코하마 양로병원에 ..

사랑 2020.11.24

꿈꾸는 사과

꿈꾸는 사과 고속도로를 한 시간이나 달릴 만큼 먼 곳에 있는 한국 식품점에 사과 사러 간다. 남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과이기에 그 멀리 사과 사러 달려가는가 하겠지만 내게는 먼 길을 달릴 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이 사과이고, 종류도 그만큼 다양하다. 미국 식품점에 들어가면 두세 종류 다른 사과를 파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식품점에서도 레드 디리셔스, 하니 크리슈, 홍로, 후지 등 다양한 사과를 판다. 이 사과 저 사과 먹어보았지만 내 입맛에는 후지 사과가 가장 맛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는 후지 사과만 먹는다. 같은 후지 사과라는 이름이라도 주먹만 한 크기가 있는가 하면 그보다 훨씬 큰 후지 사과도 있다. 그까짓 사과나 사러 멀리까지 달려가는 이유는 한국 식품점의 후지 사..

사랑 2020.11.17

개 창문

바인야드 로드와 알몬 로드가 만나는 삼거리 코너의 집이 젠슨 씨네 집이다. 늙수그레한 젠슨은 벌목 전문가이다. 우리 집 침엽수도 그가 베어냈고, 딸네 집 야자수도 그가 잘랐다. 봄철이면 젠슨은 이집 저집 다니면서 거목을 베어내기에 바쁘다. 미국 주택가는 나무가 잘 자라서 심은 지 불과 몇 년 안 돼도 부쩍 자라있다. 나무를 자르는 것은 위험한 일이어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나야 일만 시켰지 그의 가정생활까지 세세히 알아내는 재주는 없다. 하지만 아내는 다르다. 몇 번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것저것 잘도 알아낸다. 딸네 집 야자수를 베어낼 때의 일이다. 아내가 돈을 주는데 젠슨과 같이 일하던 젊은 여자가 돈을 챙긴다. 아내가 젠슨더러 딸이냐고 물어보았다. 젠슨은 딸이 아니라 자기 부인이라고 한다. 수무 살..

사랑 202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