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39

생일 파티에 친구들이 한 명도 오지 않아 상심한 6세 아들.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6살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생일 파티를 열어놓고 아들의 반 아이들 22명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엄마의 심정이 어떠했겠나? 엄마는 아들의 여섯 번째 생일 파티에 초대된 22명의 아이들이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들이 파티를 위해 장만한 컵케이크와 작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공원에서 혼자 노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찟어지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SNS에 올렸다. 엄마는 아들 생일 초대장을 보내면서 코로나19가 자기네 지역에서 해제되었고 안전한 파티를 위해서 야외 공원에서 열기로 하였다고 설명했지만 아들의 반 아이들은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상심한 아들은 오래도록 공원을 떠나지 못했다. 어..

사랑 2021.09.13

반지

백과사전에서 반지는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이면서 권위·충성의 상징,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2짝의 고리로 되어 있는 것은 가락지라 하고, 1짝으로 된 것을 반지라고 부른다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반지란 외짝 자리를 말한다. 한번은 강남 신사동 제일 생명 근처에서 토건업을 하던 친구를 만나러 갔었다. 친구와 마주 앉았는데 친구는 왼쪽 팔목에 묵직한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롤렉스 시계를 지나 내려오다가 그의 손가락에서 멈추었다. 다이아몬드가 여러 개 박힌 큼지막한 반지가 그의 약지에서 번쩍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친구에게 부탁하러 간 것도 아닌데 은근히 주눅이 들면서 기가 죽어갔다. 손에 만 장식을 한 게 아니라 목걸이까지 하고 있는데, 이건 연예인도 아..

사랑 2021.08.25

막내딸이 아이 셋을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막내딸이 아이 셋을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이제 겨우 돌이 지난 막내 손주가 열이 나서 병원에 드나들다가 귀에 염증이 생겼단다. 치료받는 중에 사내 녀석이 장난이 심해서 오른팔을 삐었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매일 병원문이 닳도록 드나든 모양이다. 오늘은 좀 낳은 것 같다면서 애를 안고 들어왔다. 손주 녀석은 제 어미 품에 안겨 떨어질 줄 모른다. 딸은 막내 녀석을 안고 있어서 꼼짝도 못 한다. 내가 안아주겠다고 해도 녀석이 어미에게만 달라붙어서 더 야단이다. 아내는 막내딸이 수제비를 좋아한다면서 수제비를 끓인다. 딸은 나를 닮아 수제비를 좋아한다. 원래 아내는 서울 사람이라서 수제비가 뭔지 모른다. 그보다는 집에서 수제비는 안 끓였던 모양이다. 나는 수제비를 많이 먹어서 어떻게 끊이는지 안다. 딸이 어렸..

사랑 2021.07.21

흰색 운동화

옷에 맞춰 신발도 어울려야 한다. 구두를 신어야 하는 옷도 있고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옷도 있다. 신발장을 들여다보았다. 구두가 세 켤레, 운동화가 두 켤레, 등산화가 두 켤레 있다. 구두를 언제 신어보았는지 기억에 없다. 아, 수년 전 조카딸 결혼식 때 신어보곤 그만이다. 조카딸은 벌써 애가 셋이나 되니 5년도 넘었을 것이다. 나는 구두 신는다는 걸 까맣게 잊고 살았다. 신발장을 들여다보니 구두가 있어서 구두를 언제 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발에 꿰어보지도 않는 구두가 세 켤레씩이나 되다니 차라리 운동화가 세 켤레였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은 운동화 시대다. 너나없이 운동화만 신고 다닌다. 구두는 세일즈 맨이나 신을까? 우선 구두를 신으면 자유롭지 못하다. 걸음걸이도 자..

사랑 2021.06.01

애수의 소야곡

저녁을 먹고 운동삼아 일산 호수를 향해 걷는다. 4,000보를 걸어가면 호수의 애수교가 나온다. 오랫동안 못 봤더니 조금 달라졌다. 다리 위에 없던 홍살문도 두 개나 세웠다. 홍살문은 내가 붙인 이름이고 실은 일본식 토리이 기둥 문 같은 인상을 풍긴다. 지난해에 다리를 수리했다더니 변한 건 홍살문을 세운 것뿐이다. 내가 애수교까지 걸어가는 이유는 애수교 밑에 잉어가 있기 때문이다. 잉어를 보러 멀리 애수교를 찾는다. 잉어는 언제 보아도 반갑다. 잉어 역시 나를 반겨주었다. 숫자가 예전처럼 많지는 않아도 디륵디륵 살이 찐 건 여전했다. 살이 너무 쪄서 뒤뚱거린다. 물속에서도 살이 너무 찌면 동작이 둔하고 뒤뚱거릴 수밖에 없다. 먹이를 많이 줘서 살이 찐 게 아니라 운동 부족으로 찐 살이 분명하다. 놀고먹는..

사랑 2021.05.05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벚꽃잎이 눈송이 날리듯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미쳐 부귀영화를 누리지도 못하고 떨어진다. 행복도 그렇다. 작은 행복이 모여 큰 행복을 이루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백과사전에 행복은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기쁨과 만족감을 갖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라고 말한다. 돈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면 무엇이든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산다. 돈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행복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이 전부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만 했지 쓰지는 않는다. 돈을 벌기만 하는 사람은 매일 들어오는 돈을 세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른다. 돈을 많이 세고나면 행복하다. 어떤 때는 돈을 너무 많이 세느라고 손가락이 아프다면서 돈 세는 기계..

사랑 2021.04.12

지복(至福)

이층 서재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로 언덕 밑 집 뒷마당과 나무숲이 우거진 틈새로 드문드문 지붕이 보이면서 멀리 산마루가 길게 이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덕 밑 집 뒷마당에 우뚝 선 구척장신 소나무가 가로막고 서 있어서 그 뒤로 전경이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정은 알 수 없으나 뒷집 주인이 소나무를 베어버린 것이 내게는 행운으로 다가왔다. 앞이 탁 트여 시원한 경치가 열린 것이다. 소나무가 사라진 다음부터 나는 창문을 자주 연다. 훤히 트인 전경을 즐기기 위해서다. 창밖을 내다보면 날씨가 좋은지, 바람이 부는지, 얼마나 세게 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흰 구름이 드문드문 떠 있지만, 그런대로 맑은 편이어서 하늘엔 파란색이 더 많은 아침이다. 가끔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

사랑 2021.04.06

무엇이 다른가?

동네 공원 박태기나무에 꽃이 폈다. 박태기나무 꽃은 부활주일 전에 핀다. 나는 꽃을 볼 때마다 유다가 생각난다. 유다가 죄의식에 괴로워하다가 박태기나무에 목을 맸다는 사실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꽃이 만발한 나무에 목을 매다니? 스승을 팔아먹는 일이나, 꽃나무에 목을 매는 일이나 무엇이 다른가? 크래식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크래식 음악을 들어야 마음에 와 닿는다.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은 가요를 들어야 공감을 느낀다. 두 사람이 사는데 다를 게 없다. 똑 같은 사람인데 취향이 다를 뿐이다. 문학 서적을 읽어본 사람은 문학이 주는 심오한 맛과 의미를 안다. 연속극만 보아온 사람은 연속극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안다. 연속극이 재미있는데 구태여 따분하고 지루한 책을 읽다니?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는데 구태여..

사랑 2021.04.04

개 입양이 까다롭다.

딸네 루시가 죽었다. 알래스카 머스키로 입양해서 기른 지 12년이 넘었다. 자연 사이지만 그래도 서운하다. 나야 옆에서 보기만 했는데도 서운한데 개를 직접 기르던 딸과 손주는 얼마나 섭섭하겠는가. 개도 질투를 한다. 루시를 처음 입양했을 때다. 루시 혼자여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다가 손주가 태어나면서 어른들의 관심이 아기에게로 집중되니까 루시가 질투를 했다. 한동안 자기를 봐 달라고 짖어대고 끙끙대며 다녔다. 모두들 개가 질투하는 건 처음 봤다고들 했다. 벌써 한 달째 개를 입양한다면서 수선을 피웠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이라 너나없이 애완동물을 입양하는 바람에 개 입양에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들이 애완견을 버려 대는 바람에 TV에서 제발 입양해 달라고 광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사랑 2021.04.01

생일 파티를 드라이빙스루로

오후로 접어들면서 집 정문을 치장하기 시작했다. 흰색 파란색 풍선을 묶어 아치형 게이트를 만드느라고 부산을 떨었다. 후리오 부인과 아이들이 모두 나와 함께 힘을 보탰다. 보나 마나 아이 생일이겠지 했다. 후리오네 딸 열한 살 생일이란다. 딸 이름이 후리아나다. 누구에게나 생일은 있기 마련이고 개인적으로 생일만큼 고귀한 날이 어디 있겠는가? 마음껏 축하하고 즐기고 행복해해도 부족할 게 없는 날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안 되는데 어떻게 파티를 하지? 후리오 부인이 저녁에 차들이 경적을 울릴 것이니 시끄러워도 이해해 달라면서 양해를 구한다. 아마 차들이 왔다가 가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저녁 6시가 됐다. 갑자기 밖이 요란하다. 정말 경적에 놀랐다 이 층에서 내다보았더니 차가 열..

사랑 2021.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