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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2019

3 따스한 봄볕이 듬뿍 내리쬐는 뒷마당 텃밭에서 남편은 흙을 주무르며 좋아했다. 묵은 뿌리를 걷어내고 굳은 흙을 뒤집었다. 닭똥을 세 포대나 사다가 섞었다. 작년에 심었던 채소는 올해도 똑같이 심었지만, 심을 때마다 새롭다. 채소 기르는 게 취미인 남편은 유기농을 먹는다는 자부심도 강했다. 가지는 모종을 사다 심고, 호박, 상추, 시금치는 씨를 뿌렸다. 텃밭이 보기에 가지런한 게 제법 그럴듯하다. 남편은 뭘 해도 솜씨 나게 꾸미는 데는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남편이 뒷마당에 서 있으니 평화와 질서까지 돌아온 것처럼 사람 사는 집 같다. 보름째 되는 날이었다. 남편은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고 기운이 없어서 일어날 수 없단다. 나는 글 쓰던 게 남아 있어서 서재에서 따로 잤..

소설 창작 2022.08.30

예쁜 김 여사

영부인 없는 대통령 시대가 열린 지 수 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영부인은 자유로운 세상에 나타나지 못한다. 알게 모르게 숨어서 지낸다. 떳떳하지 못해서이다. 무엇이 그녀를 떳떳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드는가? 학력 부풀리기, 학위 논문 표절, 기자와의 녹취록 공개 등 여러 잡다한 문제들이 그녀의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은 미디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 다 잊어버리고 다음 흥미 거리로 옮겨갈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남편의 성향에 따라서 부인은 남편 따라가기 마련이다. 남편이 좋아하면 그렇게 하고 남편이 싫어하면 안 하는 방향으로 간다. 김 여사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거로 봐서 부인이 남편을..

한국 2022.08.27

연재 소설 '코로나 팬데믹 2019'

제임스가 세인트 프랜시스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한다는 이야기는 언니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같이 사는 여자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서 간호사라고 했다. 흑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흑인보다 피부가 더 까맣고 반들거렸다. 피부가 까맣다 보니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앞니가 희다 못해 푸른 기가 돌았다. 언니는 같이 사는 여자가 여자친구라고 했는데, 제임스에게 직접 들어보면 결혼 신고까지 한 와이프란다. 제임스는 아이 때부터 엉뚱한 짓을 잘했다. 엉뚱하면서도 약삭빠르기로는 꿩의 병아리다. 엉뚱한 건 언니가 더했다. 언니는 어려서부터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라고나 할까? 하여간에 못돼먹었다. “못돼먹었다.”라는 말은 엄마가 늘 하던 말이다. 자기 옷은 손도 못 대게 하면서 내 옷은 자기 옷처럼 입고 ..

소설 창작 2022.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