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따스한 봄볕이 듬뿍 내리쬐는 뒷마당 텃밭에서 남편은 흙을 주무르며 좋아했다. 묵은 뿌리를 걷어내고 굳은 흙을 뒤집었다. 닭똥을 세 포대나 사다가 섞었다. 작년에 심었던 채소는 올해도 똑같이 심었지만, 심을 때마다 새롭다. 채소 기르는 게 취미인 남편은 유기농을 먹는다는 자부심도 강했다. 가지는 모종을 사다 심고, 호박, 상추, 시금치는 씨를 뿌렸다. 텃밭이 보기에 가지런한 게 제법 그럴듯하다. 남편은 뭘 해도 솜씨 나게 꾸미는 데는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남편이 뒷마당에 서 있으니 평화와 질서까지 돌아온 것처럼 사람 사는 집 같다. 보름째 되는 날이었다. 남편은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고 기운이 없어서 일어날 수 없단다. 나는 글 쓰던 게 남아 있어서 서재에서 따로 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