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2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것을 금방 느낀다.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환영해 주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좋아서 그러는지, 돈이 좋아서 그러는지, 자기네들보다 잘 차려입고 허우대가 멀쩡해서 그러는지 아무튼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6.25 전쟁이 끝나고 한국인이 미군을 우러러보던 때를 연상하게 한다. 가난한 나라에 가면 한국 여권에 눈독 들이는 족속들이 줄줄이 따라온다. 도둑질이 별것 아니어서 가난하면 시키지 않아도 도둑질을 하는 거고, 부자로 살면 저절로 도둑질이 멀어진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개발도상국이던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한국은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처음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격상된 국가..

한국 2021.07.13

개고기를 먹는 나라

지금 유럽에서는 ‘유로 2020 챔피언십 축구’ 경기가 한창이다. 2021년에 벌어지는 경기를 ‘유로 2020’라고 부르는 까닭은 지난해 즉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가 연기되었기 때문에 2021년이면서도 ‘유로 2020’라고 부른다. 2021년에 축구 경기를 하면서 유로 2020라고 부르기 때문에 관중들은 의아해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 2020’라고 고집부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2020년 경기를 위하여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경기장 마크며 휘장, 상품들, 선수 트로피 등 모든 준비가 2020년을 겨냥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 물건들을 소비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유로 2020’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지난번 영국과 체코의 경기가 있던 날, 관중석은 빈자리 하나 없이 ..

한국 2021.07.10

100세 시대 단상

카톡으로 배달 된 글을 읽다가 이 글은 나 혼자만 읽을 게 아니라 공유가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블로그에 옮긴다. 100세 時代 단상(斷想) 캐나다 퀸스대학 철학교수 크리스틴 오버롤의 저서 "평균 수명 12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를 만난 것은 8년 전이다. 평균수명 120세! 그때는 인간들의 희망사항으로 여겨져 웃고 말았다. 최근 보험회사들이 쏟아내는 ‘100세 보장’광고를 대하면서 내 생각을 내려놓기로 했다. 오래 사는 것이 재앙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100세 시대의 리스크’ 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위험(risk)을 경고하기에 이른 것이리라. 리스크 목록들 중에서 4대 리스크로 꼽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돈 없이 오래 살 때 (無錢長壽) * 아프며 오래 살 때 (有病長壽) * 일..

한국 2021.06.26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인천 공항 풍경

5월 30일 오후 4시, 이 시간이면 인천공항이 북적대야 하는 시간대이다. 제2터미널 대한항공 전용 터미널은 6. 25 때 피난 나간 서울 도시처럼 텅 비어 있었다. 공항 순환 버스에서 내리면서 내가 잘 못 왔나? 하는 착각에 빠졌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 빈 공항에 홀로 서 있는 나는 공상 영화에서 우주인이 휩쓸고 간 지구에 혼자 남은 기분이었다. 공항청사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서성대는 사람이 몇 있어서 그렇지 이곳마저 텅 비었다면 나는 놀라 자빠졌을 것이다. 몇 사람 오고 가는 사람이 있기는 해도 승객보다는 일하는 공항 종사자들이 아니면 대한항공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전기세도 안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대를 통과하는데 전 같았으면 줄을 서서 잠바 벗고, 신발 벗고, 혁대 그르고 야..

한국 2021.06.08

미국인의 콤플렉스

강남 스타일, 방탄소년단, 기생충, 미나리, 윤여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쾌거를 보면서 이것이 과연 쾌거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미국이나 일본을 위시해서 서방국가에서 한국이 이룬 놀랄만한 업적을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 그러니까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한국인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한편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미국에 진출해서 미국인들의 금자탑에 동승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신생국이 돼서 역사가 짧다 보니 국가 유산이라든가 자국 문화가 거의 없다. 세계 각국에서 흘러들어온 문화가 녹아들기는 했으나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

한국 2021.06.05

외상 됩니다

백석동 집으로 가다 보면 “외상 됩니다”하는 사인이 눈에 확 띈다. 얼마나 장사가 안되면 외상으로라도 팔아보겠다는 거냐. 6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외상이란 게 다시 등장하다니? 원래 한국인은 외상을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오죽하면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라고 했겠는가. 외상 받으러 다니고, 외상값 떼먹고 달아난 사람, 그런 시절이 다시 오는 건 아니겠지?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해도 한국은 미국에 비해서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미국 LA, 뉴욕에서 하루에 수천 명씩 죽어 나가는데 정말 겁났었다. 비즈니스는 다 문 닫았었다. 이발관이 문을 닫아서 2차례나 4개월씩 머리를 깎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한국은 코로나 방역을 잘했기 때문에 마스크 쓰고 영업은 영업대로 해나갔다. 영업한다고 해도 문 닫..

한국 2021.06.03

무료급식

1960년 탑공공원 탑골공원 뒷골목에 가면 ‘유진식당’이라는 작은 냉면집이 있다. 예전에 아내와 함께 갔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었다. 줄을 서는 이유는 식당 안이 좁아서 몇 사람 앉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앉으라는 자리에 앉자니 벽을 보고 앉았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기내식 먹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까닭은 냉면 맛이 특별나기 때문이다. 면발이 굵고 맥이 없이 툭툭 끊어지는 게 춘천 막국수 비스름하다. 그러면서도 구수한 맛이 나고 메밀 향이 배어있다. 육수 역시 구수해서 면과 육수가 어우러져 맛을 살려낸다. 고급 냉면집 냉면과 맛이 다르다. 맛이 괜찮다고 해도 손님을 모시고 갈만한 곳은 못 된다. 친히 아는 사람끼리라면 몰라도……. 내가 이 집의 냉..

한국 2021.05.29

행복의 조건

“행복하세요“ 너무나 흔한 말이다. 흔하다 못해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예전에도 그랬느냐? 그렇지 않았다. ”행복하세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듣고 나면 닭살이 돋았다. 옛날에는 행복했었기에 ”행복하세요“란 말이 필요 없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에 가면 몰몬교 본부가 있는데 관광객을 위한 짧은 영상을 보여준다. 그중에 천국 장면이 나오는데 3대가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말할 것도 없이 예전에 우리 조상은 그렇게 살았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기보다는 가깝게 살았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이런 말들은 미국 문화가 들어오면서 묻어 들어온 말일 것이다. 이런 말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오늘날 눈여겨보면 원생 국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흔하게 쓴다. 그런가 하면 ”지금 ..

한국 2021.05.21

진짜 도가니탕, 가짜 도가니탕

나는 참 고약한 사람이다. 얼마 전에 TV에서 정직한 식당이라고 보여줬다. 사실 똑 불어지게 언제라고 말하지 못하는 까닭은 너무 오래돼서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날짜를 가늠해 보기 위해 주인에게 이 식당 언제 열었느냐고 물어보았다. 8년 됐단다. 그러니까 내가 TV에서 맛자랑을 본 게 8년 전이라는 말이다. 엊그제 같은데 8년이 지났다는 것은 나의 과거 기억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이야기다. TV 맛자랑에서 전국에 도가니탕 집이 그렇게도 많은데 그중에서 정직하게 도가니탕을 끊이는 집은 몇 집 안 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도가니탕을 찾아다니면서 먹었는데 그렇다면 가짜 도가니탕을 먹었단 말인가? 도가니탕은 씹히는 맛이 쫄깃쫄깃하고 오독오독한 게 내 입맛에 딱 맞다. 일전에는 일부러 영천까지 ..

한국 2021.05.17

열쇠 없는 나라

지난 일 년은 집에서 꼼짝 못 하고 갇혀 지내는 감옥 생활 같은 나날이었다. 집에 갇혀 사는 까닭은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처음 코로나 유행병이 미국에 상륙했을 때 뉴욕에서는 하루에 수천 명씩 죽었다. 시신을 처리하지 못해서 냉동 컨테이너에 보관해 둘 정도로 많이 쌓여갔다. 코로나에 걸리면 곧 죽는다는 위협 속에서 살았다. 꼼짝없이 집에 머물렀고 개인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도 읽고 밀렸던 글도 쓰면서 한동안은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그 바람에 책도 두 권 출판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다음으로 즐겼던 것은 동네 한 바퀴 돌아오는 운동길이었다. 하루도 빼지 않고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운동도 되고 새로운 것도 알게 된다. 새로운 것을 터득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대할 때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똑같은 일..

한국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