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84

생일 파티에 친구들이 한 명도 오지 않아 상심한 6세 아들.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6살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생일 파티를 열어놓고 아들의 반 아이들 22명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엄마의 심정이 어떠했겠나? 엄마는 아들의 여섯 번째 생일 파티에 초대된 22명의 아이들이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들이 파티를 위해 장만한 컵케이크와 작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공원에서 혼자 노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찟어지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SNS에 올렸다. 엄마는 아들 생일 초대장을 보내면서 코로나19가 자기네 지역에서 해제되었고 안전한 파티를 위해서 야외 공원에서 열기로 하였다고 설명했지만 아들의 반 아이들은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상심한 아들은 오래도록 공원을 떠나지 못했다. 어..

사랑 2021.09.13

주말 소설 연재 '탁란(托卵)

탁란(托卵) 1.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광장 맞은편, 프란시스 호텔 2층의 클록 바로 들어섰다. 금빛 커튼이 드리운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현아를 금방 알아보았다. 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활짝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내민다. ― 오랜만이야. 얼마 만이지? 반가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들떠 있다. 현아를 가볍게 안고 등을 토닥였다. ― 칠 년 좀 넘었나 봐…. ― 벌써? 세월 참 빠르네. 샌프란시스코엔 언제 왔어? ― 어제. 발그레 달아오른 현아에게서 하얀 이가 드러나 보였다. 현아는 벌써 보드카 마티니로 두 잔째란다. 내 것으로 피나콜라다를 주문했다. ― 어떻게 지내? 사는 게 재미있어? 현아가 밝은 목소리로 묻는다. ― 바빠. 맨날…. ―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해? ― 일주일에 칠일…. ― 주말도..

소설 창작 2021.09.11

정상적인 삶

노동절 연휴로 3일을 연속으로 논다. 예전에 내가 일할 때 같으면 고대하고 바라던 연휴이다. 은퇴한 지금 나는 하루하루가 연휴다. 모처럼 동생네가 왔으니 우리는 모여 앉아 할 이야기가 많았다. 이야기 중에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 동생은 LA 한인 타운에서 산다. 그것도 한인 타운 노인 아파트다. 당연히 한인 노인들이 많이 기거하고 멕시칸들도 많단다. 90이 넘은 노인이 사는데 매일 운동도 하고 테니스로 몸을 단련해서 근육이 돌덩이처럼 딱딱한 노인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딸이 신신당부하기를 절대 밖에 나가지 말고 방에만 있어 달라고 부탁도 하고 감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통에 1년이 넘도록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보면 잘 지내고 있다기에 그런 줄만 알았단다. 모두 백신도 맞았겠다...

미국 2021.09.09

코로나 시대가 가져오는 두려움

코로나 팬데믹이 오래도록 지속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은 여러 가지다. 여러 가지 증상 중에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이 생기는 이유는 코로나에 걸릴까 봐 그러겠으나, 결국은 죽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두려움을 물리치는 해답은 희망인데 희망은 어디서 오나? 종교가 두려움 극복에 큰 역할을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다음으로 과학자나 전문가의 지식에 희망을 걸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거리두기와 대면 접촉 금지 같은 여러 가지 제약은 사람을 더욱더 두렵게 만든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이다. 코로나 전염을 피하고자 스스로 자가격리를 선택하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 한다. 둘 다 완벽한 방어 수단은 아니지만 도움은 되고도 남는다. LA..

미국 2021.09.07

캘리포니아 가뭄과 산불과 나

캘리포니아에 가뭄이 심각하다. 가뭄은 물 부족 사태를 몰고 오고 물 부족은 주민을 생활 고초로 끌고 간다. 앞마당 잔디밭에 스프링클러를 틀었다. 잔디밭에 물은 일주일에 세 번만 주라는 주정부의 주문이 있었지만 나는 조금씩이나마 매일 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스프링클러를 틀어놓고 서서 기다린다. 꺼야 할 시간을 놓칠까 봐 겁이 나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올해 들어서 쭉 그래왔다. 5분간 틀어놓아야 할 것을 1분 만에 그친다. 잔디더러 목이나 축이라는 거다. 잔디는 목이 마르다는데 물을 주지 못하는 심정은 안타깝다 못해 피를 말린다. 물 쓰듯 흔해야 할 물이, 피 흘리듯 귀하게 보인다. 미국 서부에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져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며 '물 비상령'이 내려졌다. 캘리포니아주에..

미국 2021.09.04

비행기 여행에서 겪는 일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가 텅텅 비어 갈 줄 알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A35-900종 이코노미석은 만석에 가까웠다. 좌우 창가 쪽으로 3석, 중간에 3석 해서 9석이 횡대다. 놀라우리만치 승객이 많아서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보았다. “웬 승객이 이렇게 많아요?” “개학 때가 돼서 돌아가는 사람들이에요.” 아닌 게 아니라 대학생들이 거의 다였다. 내 옆에 앉은 한국 아가씨도 영어 소설을 읽는 거로 봐서 학생같았다. 식사 시간이 지나고 불이 꺼졌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의자를 뒤로 젖혔다. 뒷좌석 젊은이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왼 일인가 하고 뒤돌아보았다. 지금 식사 중이니 의자를 접어달라는 부탁이다. 식사가 늦었나보다 하고 의자를 다시 접었다. 화장실에 들이려고 비행기 맨 뒤로 갔다. 가..

미국 2021.08.31

반지

백과사전에서 반지는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이면서 권위·충성의 상징,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2짝의 고리로 되어 있는 것은 가락지라 하고, 1짝으로 된 것을 반지라고 부른다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반지란 외짝 자리를 말한다. 한번은 강남 신사동 제일 생명 근처에서 토건업을 하던 친구를 만나러 갔었다. 친구와 마주 앉았는데 친구는 왼쪽 팔목에 묵직한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롤렉스 시계를 지나 내려오다가 그의 손가락에서 멈추었다. 다이아몬드가 여러 개 박힌 큼지막한 반지가 그의 약지에서 번쩍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친구에게 부탁하러 간 것도 아닌데 은근히 주눅이 들면서 기가 죽어갔다. 손에 만 장식을 한 게 아니라 목걸이까지 하고 있는데, 이건 연예인도 아..

사랑 2021.08.25

모발 성장 촉진제

샤워하다가 찌꺼기를 걸러내는 하수구 덮개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잔뜩 모여있다. 걷어내서 버린 게 한 주먹은 된다. 걷어 버린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또다시 빠진 머리가 한 옴큼이다. 무슨 머리가 맥없이 빠지는가. 나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가 빠지는 걸 볼 때마다 내가 늙어가는 모습을 확인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서글프다. 이러다가 머리가 다 빠지면 그날이 마지막 날이 될 것처럼 느껴진다. 삼손처럼.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누군가? 전화 걸어올 사람이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전화기를 귀에다가 댔다. “안녕하셨어요, 고객님. 모발 성장 촉진제 문의하셨지요?”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덜컥 겁이 났다. 이 여자, 내가 머리 걱정하는 걸 어떻게 알고 전화를 걸지? 귀신에게 홀렸나? 했다. “우리 회사..

한국 2021.08.23

작지만 확실한 사랑

새 책을 출간했다. 나는 책 표지로 사용해 주십사 하고 출판사에 왼쪽 사진을 보냈는데 출판사에서 오른쪽 사진처럼 찍어냈다. 선명도며 색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나의 경험을 썼을 뿐인데 출판사에서 ‘시와 에세이’로 분류했다. 여러 번 책을 냈지만, 책으로 출간했으면 그만이지 출간된 책을 내가 직접 되 읽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책은 받아드는 순간 느낌이 달랐다. 3년 전에 써놓은 글인데 어떨지, 펴들고 읽어보았다. 처음 몇 페이지만 읽으려고 했다가 그만 내가 써놓고도 재미가 쏠쏠해서 읽던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밥 먹으면서도 읽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다.

문학 2021.08.20

내가 풀을 꺾어 들었을 때, 풀은 내게 와 꽃이 되었다.

가로수마다 나무 밑에 가로세로 1m 넓이의 네모난 자신만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원래 나무는 땅에서 자라는 건데 도시의 인도교는 모두 시멘트로 덮어씌우다 보니 나무에게 미안해서 그랬는지 조금 숨통을 틔어놓았다. 나무뿌리도 숨을 쉬어야 할 텐데 땅을 시멘트로 덮어버리면 뿌리는 숨 쉴 수가 없다. 숨이라도 쉬라고 나무에게 네모난 정원을 주었는데 정원에 풀이 무성하다. 흙만 보이면 풀이 나와 질서 없이 자라는 까닭은 풀뿌리가 흙을 뚫고 들어가 땅에 숨통을 틔우려는 것이다. 그 통에 나무뿌리는 숨도 쉬고. 네모난 작은 정원에서 자란 풀들이 나에겐 아름답게 보이기에 꺾어 들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풀을 꺾어다가 뭘 하려나 궁금한 모양이다. 풀을 꺾어 들기는 했으나 풀의 이름도 모르겠다. 건너는..

문학 202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