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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목욕탕 풍경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아놓고 목까지 물이 차도록 몸을 더운물에 담그고 누웠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따듯한 물이 주는 감미롭고 평온함을 마음껏 즐겼다. 아마도 엄마 배속이 이러하리라. 나는 몰랐는데 나중에 아내가 하는 말이 목욕탕을 들여다보았더니 코를 골고 자더란다. 목까지 차는 더운 물속에서 코를 골며 잤다니! 믿기지는 않았으나 그랬을 것이다. 친구가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묻는다. 목욕하느라고 못 받았다고 했다. 샤워나 하지 무슨 목욕이냐는 것이다. 한국에 가면 목욕탕에 갈 수 없어서 미리 집에서 목욕하고 가는 거라고 변명 아닌 설명을 해 주었다. 한국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목욕탕에 들려 한 꺼풀 벗기고, 이발까지 하고 나면 새사람이 된 것처럼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요새는 한국에 가도 코로나 때..

한국 2021.08.16

풀꽃이 잠시도 못 참고 콕 꼬꾸라지더먼.

먼동이 트기에 밖으로 나갔다. 이일 저일 바쁘지만, 이 나이에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더냐. 하루하루가 더운 날이고, 더운 날 중에서 머리가 가장 맑을 때가 아침이지만 그 귀한 아침 시간을 걷는 데 쓰기로 했다. 조금이나마 더위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대로변 옆을 따라가면서 자투리 땅을 공원화해서 숲길이라면 숲길일 수도 있고,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는 어설픈 숲길로 들어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이 걷는다. 전에는 이 숲길을 혼자서 걸었는데 코로나 유행병 때문에 걷는 사람이 많아졌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나라고 벗을 수도 없다. 숲길이 주는 혜택으로 피톤치드라도 마셔볼까 했는데 마스크를 벗어서는 안 된다니 마스크가 피톤치드 흡입을 막아대는 바람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숲길을..

한국 2021.08.13

이발소 삼색등

운동길에 내가 늘 다니던 동궁 목욕탕 앞을 지나는데 이발소 삼색등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 돌아도 팔랑개비 돌 듯 빨리 돈다. 원래 이발소 삼색등은 점잖게 천천히 돌아가는 건데, 갑자기 팔랑개비처럼 도는 삼색등을 보니 방정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발하러 빨리 들어와 달라는 재촉 신호처럼 보였다. 동궁 목욕탕 젊은 이발사가 머리를 잘 깎는데, 전에는 내가 단골로 다녔는데, 하는 생각이 난다. 지금은 목욕탕에 못 가니까 이발사 본 지도 오래됐다. 젊은 이발사가 기능대회에서 상까지 받은 믿을만한 실력자인데 지난 수년 동안 수난을 겪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해에는 목욕탕이 수리한답시고 실히 6, 7개월 문을 닫는 바람에 젊은 이발사는 영업을 못 하고 재개업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한국 2021.08.11

2020 올림픽 골프

집에서도 늘 목금토일은 LPGA 골프 경기를 시청했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낯설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금메달은 예상대로 이번 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승을 기록한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23·미국)에게 돌아갔다. 은메달은 이나미 모네(22·일본)에게 동메달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4)가 차지했다. 같은 유니폼으로 차려입은 한국 선수들은 선전했으나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딴 박인비 선수에게 2연패를 걸었으나 무산됐다. 부담감이 꽤 있었을 것이다. 표현하거나 말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욕심이 다 있으니까. 대회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퍼팅이 너무 안 들어가니까 김이 빠져서”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얼마나 속이 탔겠는가. 한국 선수들이 메달권..

한국 2021.08.08

영원한 나의 편 오림픽 한국 팀

스포츠 경기는 실전을 실시간에 보아야 실감이 난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이유도 다 그래서이고, 입장료가 좌석 위치에 따라서 다른 이유도 다 그래서이다. 코앞에서 선수들이 뛰는 걸 보면 호흡을 같이하는 것처럼 현장감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는 내 편이 있어야 재미있고 애간장이 탄다. 거기에다가 내 편이 이기기라도 한다면 흥분하고 신이 난다. 더군다나 국가 간의 경기라면 이거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경기가 되고 만다. 총만 안 들었지 전쟁과 다를 바 없다. 내가 도쿄 올림픽을 보러 한국에 들어간다고 했더니 친구가 피식 웃는다.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중계방송으로 보여주는데 구태여 비싼 비행기 요금을 지불하면서까지 한국에 가서 보아야 하느냐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러거나 ..

한국 2021.08.06

마스크 인생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같이 탄 젊은이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쳐다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내가 뭘 잘못했나? 되뇌어 보았다. 앗차! 마스크를 하지 않았구나. 마스크 부자가 마스크를 안 쓰다니? 1층에 닿았지만 내리지도 못하고 다시 올라갔다. 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청년이 빤히 쳐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노인네 정신이 있어? 깜빡한 모양이로구나. 죽고 싶으면 혼자서 죽든지 왜 멀쩡한 남까지 끌고 들어가려고 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나 짐작해 본다. 하면서 지금 세상에 제일 무서운 사람은 마스트 안 쓴 사람이다.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만나면 무섭기도 하고 몰상식해 보이기도 한다. 마스크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다니 참 별세상 다 보겠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

한국 2021.08.04

어느 역전 드라마가 이만하랴?

원래 야구는 축구하고 달라서 나 할 일 다 하면서 힐끔힐끔 보아도 다 따라가면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는 게 야구다. 오후 6시 반부터 한국과 도미니카 야구 중계가 있다고 해서 기다렸다.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도미니카를 꼭 이여야지, 만일 도미니카에게 지기라도 한다면 보따리 싸 들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처지다. 한국 야구팀도 각오가 남달랐으리라는 건 뻔하지만, 도미니카 팀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가난한 중남미 나라들은 미국 메이저 리그에 가서 뛰는 선수가 나오면 이것은 국가적 명예이며 그 선수는 영웅 대접을 받는다.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같은 중남미 국가들은 국민이 우리와는 달리 국가라는 개념이 희박해서 멕시코와 합병하면 잘살 것 같으면 합병도 불사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

한국 2021.08.02

역시 한국 여자는 믿을 만해

온종일 빅 게임이 있을 거라는 광고가 끊이지 않았다. 빅 게임 3개가 모두 저녁 같은 시간대에 열린다고 했다. 야구는 저녁 7시에 한국과 미국이, 축구는 한국이 멕시코와 8강전이 저녁 8시에 열린다. 여자 배구 역시 같은 시간대여서 어느 게임을 보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저녁이었다. 저녁 7시에 미국과 벌어지는 야구 먼저 시작했다. 한국은 1회 시작과 동시에 안타를 치면서 1 : 0으로 앞서갔다. 그런대로 잘하나 보다 했더니 웬걸 투수 고현정은 홈런 2방 맞고 5회에 물러났다. 뒤늦게 봤더니 결국 4 : 2로 패하고 말았다. 한심한 건 축구였다. 축구에 문예 한인 나도 멕시코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야 하느냐는 생각을 했는데 한국팀 사령탑은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다. 멕시코와 대등하게 공격 위주로 맞..

한국 2021.08.01

한국인인 나도 한국인을 모르겠다

매일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뭐 별것인가 하고 들여다보면 별것도 아닌 것이 “Emergency Alert Extreme“하고 휴대폰 중앙에 떡하니 뜨면서 경고음을 시끄럽게 울려댄다. 27일(화) 일일 확진자 21명(덕양구 7, 일산동구 5, 일산서구 7, 타지역 거주 고양시민 확진 2명. 이런가 하면 무더위 시간(14시~17시)에는 야외활동 자제, 15~20분 간격으로 물 마시기, 야외활동 시 충분한 휴식 취하기 등으로 폭염에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무더위 시간대 외출 및 야외작업(논밭, 건설 현장 등) 자제, 챙 넓은 모자 또는 양산 쓰기, 물 마시기 등 폭염 안전 관리에 유의 바랍니다. 이런 것도 뜨고 7.18 ~ 7.22 서울 중구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 근처 잘루스(Zaluus)..

한국 2021.07.31

올여름은 유별나게 덥다

올여름은 유별나게 덥다. 귀국하자마자 2주 자가격리에 돌입하라고 하지만, 실은 나 자신 스스로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간 셈이다.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꼼짝 안 할 생각이니까. 꼼짝 안 한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너무 바빠서 옴치고 뛸 수도 없다. 벌써 며칠째 문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3일 만에 고작 쓰레기 버리러 나갔던 게 전부다. 문을 열고 복도에 나섰더니 더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뜨거워서 움칠했다. 실내와 바깥의 온도 차이가 이렇게 나다니? 안에는 한쪽 벽 전체가 커다란 창문으로 되어 있어서 온종일 해가 들어온다. 해가 내리쬐니 방 안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기에 일찌감치 창에 블라인드를 달고 그다음 속에 은박지가 들어간 룸 다크닝 쉐이드를 이중으로 설치해 놓았다. 이번 여름 무더위에 햇볕 ..

한국 202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