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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게임

스포츠 경기는 실전을 실시간에 보아야 실감이 난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이유도 다 그래서이고, 입장료가 좌석 위치에 따라서 다른 이유도 다 그래서이다. 코앞에서 선수들이 뛰는 걸 보면 호흡을 같이하는 것처럼 현장감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는 내 편이 있어야 재미있고 애간장을 탄다. 거기에다가 내 편이 이기기라도 한다면 흥분하고 신이 난다. 더군다나 국가 간의 경기라면 이거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경기가 되고 만다. 총만 안 들었지 전쟁과 다를 바 없다. 내가 도쿄 올림픽을 보러 한국에 들어간다고 했더니 친구가 피식 웃는다.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중계방송으로 보여주는데 구태여 비싼 비행기 요금을 지불하면서까지 한국에 가느냐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한국 2021.07.26

그리운 북한산

한여름 여명에 일산대교를 건넌다. 멀리 북한산 너머에서 날이 밝아 온다. 백운대와 노적봉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포 벌에서 동쪽 끝으로 높게 솟은 건 북한산뿐이다. 북한산은 현대인이 부르는 산 이름이고 사실은 삼각산이다. 백운대, 인수봉 그리고 만경대를 일컬어 삼각인 것이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청음의 시가 생각난다. 500년 전에도 삼각산은 우뚝 솟아 있었으리라. 우뚝 솟은 삼각산이 점점 멀어져 간다는 것은 서울이 멀어져 간다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삼각산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은 서울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삼각산이 떠오르는 태양을 가로막고 서서 일출을 방해하려 들었다. 짓궂은 사내아이가 골목을 가로막고 계집애들은 못 지나가게 가로막는 것처럼. 가로막아도 아이들은 제 갈 길을 가고..

한국 2021.07.23

막내딸이 아이 셋을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막내딸이 아이 셋을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이제 겨우 돌이 지난 막내 손주가 열이 나서 병원에 드나들다가 귀에 염증이 생겼단다. 치료받는 중에 사내 녀석이 장난이 심해서 오른팔을 삐었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매일 병원문이 닳도록 드나든 모양이다. 오늘은 좀 낳은 것 같다면서 애를 안고 들어왔다. 손주 녀석은 제 어미 품에 안겨 떨어질 줄 모른다. 딸은 막내 녀석을 안고 있어서 꼼짝도 못 한다. 내가 안아주겠다고 해도 녀석이 어미에게만 달라붙어서 더 야단이다. 아내는 막내딸이 수제비를 좋아한다면서 수제비를 끓인다. 딸은 나를 닮아 수제비를 좋아한다. 원래 아내는 서울 사람이라서 수제비가 뭔지 모른다. 그보다는 집에서 수제비는 안 끓였던 모양이다. 나는 수제비를 많이 먹어서 어떻게 끊이는지 안다. 딸이 어렸..

사랑 2021.07.21

시상식도 줌으로 대신 한다.

한국일보 문예 시상식이 목요일 오전 11시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줌으로 한단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준비했다. 머리가 길어도 깎지 않았다. 머리숱이 많아야 그나마 늙은 티가 덜 날 것 같아서다. 줌에 얼굴이 나갈 터인데, 조금이라도 젊게 보여야 한다. 머리 하얀 노인이 젊은 사장에게서 상을 받는 건 보기에 좀 그렇다. 머리 염색부터 했다. 머리를 헤어드라이어로 잘 빗어넘기고 수염도 깨끗이 밀었다. 셔츠도 색깔 있는 거로 골라 입었다. 화면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차렸다. 일찌감치 컴퓨터 앞에 앉아 줌 주소를 클릭했다. 미주 한국일보 김 위원이 email로 줌 주소를 두 개나 보내왔다. 하나는 수상자들이 클릭해서 들어오라는 주소이고 다른 하나는 친지들이 지켜볼 수 있게 아는 사람들에게 나..

문학 2021.07.19

가톨릭 주교가 권총 강도 당하고, 수녀가 80만 달러 횡령

“무서웠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가톨릭 교구의 주교인 마이클 바버는 어떤 남자가 나에게 권총을 겨누고 지갑을 내놓으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나는 겁에 질려 있었고, 두려웠고, '인생은 이것으로 끝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지난 토요일, 바버 주교는 묵주를 손에 쥐고 ‘그리스도 빛 교회 성당’ 주변을 돌면서 기도하고 있었다. 성당은 시내 중심가에 있고 그는 브로드웨이 파라마운트 극장 바로 앞에서 한 젊은이가 나를 따라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금 의심은 들었지만, 젊은이를 피해 성당으로 돌아가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불과 몇 초도 안 걸렸다. 젊은이가 권총으로 내 얼굴을 겨냥했다. 젊은이는 내게 돈을 요구했다. 지갑을 꺼내 있는 돈을 다 주었다. 이번에는 끼고 있는 반지도 내놓으라고 했다. 이것은 주교 반지로 ..

미국 2021.07.17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에 가뭄이 심각하다. 가뭄은 물 부족 사태를 몰고 오고 물 부족은 주민을 고난으로 끌고 간다. 앞마당 잔디밭에 스프링클러를 틀었다. 잔디밭에 물은 일주일에 세 번만 주라는 주정부의 주문이 있었지만 나는 조금씩이나마 매일 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스프링클러를 틀어놓고 서서 기다린다. 꺼야 할 시간을 놓칠까 봐 겁이 나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올해 들어서 쭉 그래왔다. 5분간 틀어놓아야 할 것을 1분 만에 그친다. 잔디더러 목이나 축이라는 거다. 잔디는 목이 마르다는데 물을 주지 못하는 심정은 안타깝다 못해 피를 말린다. 물 쓰듯 흔해야 할 물이, 피 흘리듯 귀하게 보인다. 흔할 때 귀히 썼다면 습관에 젖어서 귀할 때 가슴 쓰리지 않았을 것을. 미국 서부에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져 ..

미국 2021.07.15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것을 금방 느낀다.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환영해 주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좋아서 그러는지, 돈이 좋아서 그러는지, 자기네들보다 잘 차려입고 허우대가 멀쩡해서 그러는지 아무튼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6.25 전쟁이 끝나고 한국인이 미군을 우러러보던 때를 연상하게 한다. 가난한 나라에 가면 한국 여권에 눈독 들이는 족속들이 줄줄이 따라온다. 도둑질이 별것 아니어서 가난하면 시키지 않아도 도둑질을 하는 거고, 부자로 살면 저절로 도둑질이 멀어진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개발도상국이던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한국은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처음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격상된 국가..

한국 2021.07.13

개고기를 먹는 나라

지금 유럽에서는 ‘유로 2020 챔피언십 축구’ 경기가 한창이다. 2021년에 벌어지는 경기를 ‘유로 2020’라고 부르는 까닭은 지난해 즉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가 연기되었기 때문에 2021년이면서도 ‘유로 2020’라고 부른다. 2021년에 축구 경기를 하면서 유로 2020라고 부르기 때문에 관중들은 의아해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 2020’라고 고집부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2020년 경기를 위하여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경기장 마크며 휘장, 상품들, 선수 트로피 등 모든 준비가 2020년을 겨냥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 물건들을 소비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유로 2020’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지난번 영국과 체코의 경기가 있던 날, 관중석은 빈자리 하나 없이 ..

한국 2021.07.10

아이스크림 트럭 아저씨

같은 길을 늘 걷다 보면 길 주변의 변화가 눈에 띈다. 코너를 돌아 왼쪽으로 돌면 세 번째 집은 새 주인이 이사 들어왔다. 한동안 수리하느라고 비워놓고 뚝딱대더니 어느 날 이사 들어왔다. 7~8살 먹은 아이가 둘이나 있는 젊은 부부가 차고 문을 열어놓고 얼고 닦는다. 집을 새로 사면 마음 뿌듯하고 온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집 청소하는 건 일도 아니다. 정원도 새로 꾸미고,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창문도 깨끗이 닦는다.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일이 행복하기만 하다. 집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 있는데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트럭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이스크림 트럭이 가져다주는 아이스크림은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새로 이사 온 집에 아이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아이스크림 트..

미국 2021.07.08

기아 차가 없어서 못 판다

1년 6개월여 만에 맥도널드 매장이 열렸다. 여태까지 드라이빙 스루만 하다가 드디어 매장 안에 들어가서 먹을 수 있다는 허가가 난 것이다. 매장이 열렸다는 배너를 보고 친구를 불러냈다. 친구도 1년 6개월 만에 만나는 거다. 한산하기 짝이 없는 맥도널드여서 마냥 죽치고 앉아서 토닥거리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친구는 커피나 한잔 마시고 나는 생선 버거나 먹으면서 두어 시간 담소했다. 그동안 친구 어머님이 99세 10개월을 사시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장례식에 가족만 모이기로 했다고 해서 가 보지도 못했다. 자동차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한국 자동차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한국 자동차가 처음 미국에 상륙했을 때 사람들은 한국 차 성능이 의심스러워서 아무도 사려 들지 않던 때와 ..

미국 2021.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