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49

동네 한 바퀴 (1)

아침 열 시쯤이면 동네 한 바퀴를 돌아온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늘 그래 왔다. 전에는 혼자 걸었는데 지금은 아내와 함께 걷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짐(Gym)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내는 짐으로 출근하지 못하게 되면서 내게 합류했다. 해가 오늘 갑자기 뜬 것도 아닌데 아침 햇살이 비타민 D 형성에 좋다는 얻어들은 소리가 떠올라 반갑고 고귀해 보인다. 늘 느끼는 거지만 아침 공기는 신선하고 햇살이 피부에 와 닿으면 상쾌하다. 전에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아오도록 스쳐 지나가는 사람그림자도 보지 못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걷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러 얼굴을 대하면서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서로 피한다. 피하면서도 내가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는 표시로 “하이”하거나 손을 ..

미국 2020.11.28

코로나 사태로 달라진 풍속도

미국은 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에 20만 명을 돌파하면서 1일 1천 5백 명이 사망한다. 3차 유행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당이나 술집도 다시 봉쇄하는가 하면 입장인원 수를 줄였다. 코로나에 걸린 환자 중에 20%는 3달 안에 우울증에 걸린다는 보고도 나왔다. 기대에 어긋나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기승을 부리면서 사나워져간다. 예방이라는 게 오로지 마스크에 의존하고 있으니 이거야 어디 20세기 문명의 소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무서운 세상.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이 무서운 세상. 말 거는 사람이 무서운 세상.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세상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저녁에 손녀 생일파티가 있다고 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줌으로 생일 파티를 하는..

미국 2020.11.14

양지바른 길

양지바른 길 김형석 교수의 유튜브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생에도 겨란 노른자 같은 소중한 세월이 있었을 텐데 그때가 언제였느냐?” 하고 물었더니 50이다 60이다 하는 말이 나왔지만 결국은 60에서 75세까지라는 결론을 얻었다. 60에서 75세까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다. 자식들 다 자랐고, 사회에서 물러나 나의 길을 가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은퇴 후에 이제 인생 끝났다 하고 멋대로 살면 정말 그것으로 끝나고 만다. 은퇴 후에는 그동안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하여 공부해야 한다. 공부로부터 제2의 인생이 시작 된다. 나는 젊었을 때 친구들과 인생의 황금기 같은 이야기는 해 본적이 없으나 얼마나 ..

미국 2020.11.10

별종 할로인

할로윈 그 얼마나 멋진 밤의 축제였더냐. 지난 날 할로윈은 어린이들의 가장 고대하던 신나는 축제의 밤이었다. 세상이 디지털화되기 전,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할로윈을 손꼽아 기다렸다. 불과 삼사십 년 전까지만 해도 밤에 아이들이 밖에 나가 돌아다녀도 괜찮았었다. 할로인 데이,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아이들은 축제를 위해 장만해 놓았던 옷으로 갈아입고 출정을 서두른다. 귀신같은 옷, 해골이 그려진 옷, 박쥐와 거미줄이 뒤섞인 그림으로 장식한 옷을 입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트릭 오아 트리트(trick or treat)를 외쳤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연 집 주인은 나타난 꼬마 귀신에 겁먹고 덜덜 떠는 표정을 지으며 초콜릿을 한 주먹 주면서 귀신을 달래 보낸다. 아빠의 손을 잡고 동네 집들을 들..

미국 2020.11.01

월드시리즈 한국 최초의 포지션 선수 최지만

가을이라고 하지만 아직 여름의 끝자락처럼 덥다. 오늘부터 월드 시리즈 야구 경기가 벌어진다. 오후 5시 반부터라고 했으니 야구 경기를 보려면 저녁에는 걸어 나갈 시간이 없을 것이다. 아침저녁 두 번 걷는 것을 한 번으로 줄여야 한다. 운동길을 긴 코스로 잡았다. 화요일 오전 일찌감치 나섰더니 별로 사람이 없다. 코비드로 집콕을 하게 되면서 너나없이 공원으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공원에 사람들이 들끓었다. 사람이 많아지면 무엇이든지 험악해지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운동길, 한 줄로 걸어야 할 만큼 좁은 동산길이 사람들 발길에 들볶이면서 점점 넓어지더니 드디어 대로처럼 변했다. 들풀이 다 사라진 동산길이 대머리처럼 번들번들한 맨 흙길이다. 공원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고 길을 괴롭히더니 드디어 황폐에..

미국 2020.10.23

미국, 코로나19로 하루에 3000명씩 사망

미연방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 허가를 두 달 늦춘다고 발표했다. 백신의 효과와 위험요소를 검증하고자 3상 임상시험 종료 후 최소 두 달간 참가자들을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초에나 백신이 상용화 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에 의해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에 77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새 발의 피다. 워싱턴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 연구소(IHME)는 코로나19 예측 모델을 통해 금년 12월 말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36만 3269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하루에 3000명씩 죽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존스홉킨스대학 역시 IHME가 발표한 하루 사망자 3000명 예측에 동의했다. 사망자가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서 크리스토퍼 머레이 IHME 소..

미국 2020.10.11

코로나 19 백신 출시

6.25 난리 통에 염병이 돌았다. “염병할 년”이란 욕처럼 욕 중의 최상급 욕이 염병을 빗대놓고 하는 욕이다. 도깨비나 귀신처럼 가상적인 공포였을 뿐 그런 염병이 정말 돌 줄은 몰랐다. 강원도 문막으로 피난 나갔던 외가댁에 염병이 침입했다. 딴 집도 아닌 외갓집 식구들이 다 걸렸다고 했다. 처음엔 조카가 앓는다고 했고, 다음엔 아주버니가 앓는다고 했고, 아저씨도 걸렸다고 했다. 동네 어른들은 부음을 받으면 조문을 하러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옛날엔 염병을 앓는 집은 몰살을 하게 마련이고, 아무도 시체를 치워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집안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온 마을에 퍼졌다. 정 참을 수 없으면 마을 사람들이 불을 질러 집과 함께 태운다는 끔찍한 이야기도 있었다. 염병에서 살아날 집은..

미국 2020.10.03

집 값 상승세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현재 미국 주택시장은 후끈 달아오른 상태이다. 1년 전에 비해 매물은 29%나 줄었음에도 판매량은 25% 늘어나 미국 내 주택 시장이 호황세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실수요자 위주의 수요층이 대부분이다 보니 매물을 놓고 구매자들의 가격 경쟁이 심화된 것이 주택 매물의 리스팅 가격 급등세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매자들의 경쟁이 심해서 웃돈을 얹어주지 않으면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지경이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보면 집을 팔겠다는 말만 비춰도 곧바로 팔려나간다. 그것도 웃돈이 10%~15% 얹어주고 말이다. 코로나 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까닭은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기현상이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어떤 집..

미국 2020.09.25

독감 예방 주사 맞으러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아침에 카이저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주차장에 드라이빙 수르 장소를 만들어놓고 예방 주사를 놓아준다고 해서 주차장으로 갔는데 거대한 텐트 두 개를 쳐놓고 한 텐트에 자동차 2대가 동시에 예방주사를 맞게 해 놓았다. 예전에도 드라이빙 수르에서 예방 주사를 맞았지만 한 줄로 서서 맞았을 뿐 이렇게 거창하게 줄을 서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건대 금년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사람들을 병원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느라고 그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하튼 줄을 서서 병원 카드를 보여주었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보통 예방 주사(Regular flu shot)를 맞으려면 지금 맞아도 되고, Fluzone High-Dose 예방 주사를 맞으려면 지금 예약하면 일주일 후에 전화로 연락해..

미국 2020.09.23

북 캘리포니아의 산불은 여전하다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하늘이 주저앉은 듯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안 보인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다. 안개가 일상화 된지도 한참 됐다. 안개는 안개만이 아니다. 안개라면 오후에는 개어야 할 텐데 오후 내내 찌뿌드드하다. 안개에 연기가 섞여서 연기가 안개를 따라 땅으로 내려앉았다가 오후에는 하늘로 올라간다. 어제오늘 오후로 들어서면 해가 겹겹의 연기를 뚫고 흐릿하나마 형태를 들어낸다. 캘리포니아에 산불이 언제 났는지 조차 잊어버렸다. 산불은 낙뢰를 타고 일어났고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오레곤주, 워싱턴주까지 동시에 불타고 있다. 미국 서해안을 따라 85군데에서 동시에 산불은 번져간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북부 시에라 지역 발화 크리크 산불은 전소 면적이 22만25에이커이며 진화율은 고작 18%로 소폭 증가했..

미국 2020.09.18